이 책은 얼마를 걸지를 열여섯 번째 장에 가서야 묻습니다
방향을 맞히는 일과, 얼마를 거는 일

차트를 다 읽었다고 해봅시다. 방향도 정했고, 들어갈 자리도 정했어요.
그런데 아직 정하지 않은 것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얼마를 걸 것인가.
존 J. 머피가 1999년에 낸 개정판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은 열여섯 번째 장에 와서 매매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앞의 열다섯 장은 차트 읽는 법이었어요. 무엇을 살 것인가, 언제 살 것인가, 그리고 얼마를 걸 것인가.
앞의 둘은 열다섯 장에 걸쳐 나왔습니다. 셋째는 여기서 처음 나와요.
그런데 순서가 이상합니다. 셋째를 가장 먼저 정해 두라고 적혀 있거든요. 얼마를 걸지가 정해져 있어야 언제 어떻게 들어갈지를 짤 수 있다는 겁니다.
1999년, 열다섯 장을 지나서 나오는 문장
이 장 앞머리에서 저자는 자기 이력을 한 줄 밝힙니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 부서에서 여러 해를 보낸 뒤 직접 돈을 굴리는 쪽으로 옮겼다고요. 그러고는 남에게 전략을 권하는 것과 자기가 그것을 실행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금방 알아차렸다고 적습니다.
그 문장 바로 뒤에 이것이 옵니다.
"어떤 트레이더들은 자금 관리가 매매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매매 접근법 자체보다도 더 결정적이라고 믿는다." (16장)
열다섯 장에 걸쳐 도구를 설명한 책이 열여섯 번째 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지침 자체는 단순합니다. 자본을 한 번에 다 걸지 않을 것, 한 시장에 몰지 않을 것, 한 거래에서 잃어도 되는 몫을 미리 정해 둘 것.
다만 나눠 담는 일에도 함정이 있다고 짚습니다. 금과 은은 같은 귀금속이라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여러 통화에서 동시에 사는 것도 나눈 것이 아닙니다. 통화는 대개 달러를 상대로 함께 움직이니까요.
반대쪽 함정도 하나 답니다. 너무 여러 시장에 걸쳐 놓으면 몇 안 되는 버는 거래가 더 많은 잃는 거래에 희석됩니다.
값이 오르다 멈췄고, 화면에는 저항이 보였습니다
들어간 뒤 값이 빠르게 올랐습니다. 계좌에는 아직 팔지 않은 이익이 찍혀 있어요.
그런데 상승이 멈춥니다. 지표는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하고요. 그런 상태를 과매수라고 부릅니다. 화면에는 위쪽에서 값을 막아 세우던 자리도 보입니다. 저항이라고 부르는 자리예요.
지금 팔 것인가, 들고 갈 것인가.
이 장이 내놓는 답은 들어간 물량을 한 덩어리로 두지 말라는 겁니다. 길게 갈 몫과 짧게 드나들 몫을 나눠 두면, 이 질문 앞에서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아도 되니까요.
길게 갈 몫에는 넉넉한 여지를 주라고 합니다. 값이 얼마간 되밀려도 견디게 두라는 거예요. 짧게 드나들 몫은 첫 목표에 닿으면 덜어 내거나 손실을 끊는 자리를 바짝 끌어올리고요. 흐름이 다시 살아나면 덜어 냈던 만큼을 되살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최고의 선물 트레이더들은 자기 거래의 40%에서만 돈을 번다"
숫자가 하나 나옵니다.
"최고의 선물 트레이더들은 자기 거래의 40%에서만 돈을 번다. 그렇다, 대부분의 거래는 지는 거래로 끝난다." (16장)
열 번 중 여섯 번은 틀린다는 뜻입니다. 최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요.
왜 그렇게 많이 틀리는지도 같은 자리에 나옵니다. 선물은 계약 값의 일부만 맡기고 그 몇 배를 굴리는 구조라, 값이 조금만 반대로 가도 맡긴 돈이 없어지고 시장 밖으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찾는 움직임을 잡을 때까지 여러 번 찔러 봐야 해요. 그 찔러 본 횟수가 전부 거래로 기록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버는가. 이기는 거래의 금액이 지는 거래의 금액보다 크면 됩니다. 맞힌 횟수로 버는 것이 아니라요.
오래된 격언이 하나 붙습니다. 이익은 달리게 두고 손실은 짧게 끊어라. 한 해에 큰 이익을 만드는 거래는 몇 개뿐이니 그 몇 개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여요. 정확히 반대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것이라고요.
절반을 잃으면 두 배를 벌어야 제자리입니다

크기가 왜 방향보다 앞서는지는 산수로 드러납니다.
매매 자본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볼게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면 남은 것을 두 배로 만들어야 합니다. 잃는 데는 50퍼센트면 되는데, 되돌아오는 데는 100퍼센트가 듭니다.
여기서 사람은 대개 조심스러워집니다. 거래를 더 까다롭게 고르고 크기를 줄여요. 그런데 그러면 되찾는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워집니다. 조심하면 회복이 늦고, 서두르면 더 잃습니다.
반대쪽도 같은 산수입니다. 돈을 두 배로 불린 김에 거는 크기도 두 배로 늘렸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같은 폭으로 되밀려도 잃는 금액이 두 배가 됩니다. 손실이 이어지는 구간은 반드시 오고요.
그리고 답이 옵니다.
"베팅 크기를 늘릴 최악의 시점은 연승 뒤다. 그것은 상승추세에서 과매수 시장을 사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더 현명한 것은 — 이것이 기본적인 인간 본성에 어긋나지만 — 자본이 움푹 팬 뒤에 늘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16장)
많이 올라 되돌릴 때가 됐다는 신호가 뜬 시장을 사는 것과 같다는 뜻이에요. 잘되고 있을 때 줄이고 안될 때 늘리라는 말이고요.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는 단서는 저자가 직접 달아 뒀습니다.
계좌 잔고를 시간 순으로 이어 그리면 그것도 차트가 됩니다. 오르내리는 봉우리와 골짜기가 생기고요. 그 선을 보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벌고 있다면 그 선이 위를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방금의 답은 그 선의 어디에서 크기를 키울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봉우리 쪽이 아니라 골짜기 쪽에서.
방향을 아무리 잘 맞혀도 이 산수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디가 중간인가
손실을 어디서 끊을지는 미리 걸어 둘 수 있습니다. 정해 둔 값까지 내려오면 자동으로 팔고 나오게 하는 주문이 있고, 그러면 더 내려가도 손실이 거기서 멈춰요.
문제는 그 값을 어디에 두느냐입니다. 가까이 두면 잠깐의 흔들림에도 털려 나가고, 멀리 두면 흔들림은 견디지만 잃는 금액이 커집니다. 그리고 한 거래에서 잃어도 되는 몫이 정해져 있으니, 가까이 끊을수록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이 살 수 있어요. 어디서 끊을지가 얼마를 걸지까지 정하는 셈입니다.
다만 그 자리를 크기 계산만으로 정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앞서 값을 막아 세우던 자리처럼, 화면에서 실제로 의미가 있는 지점 너머여야 한다는 거예요.
저자는 그 자리를 정하는 일을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요령은 알맞은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라고 하고요.
어디가 중간인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리서치 부서에서 자금 운용으로 옮긴 뒤에야 그 차이를 알아차렸다는 문장이 이 장 앞머리에 있었습니다. 얼마를 걸지는, 자기 돈이 걸리기 전에는 물을 일이 없는 질문이었던 거예요.
고지: 2026년 9월 집필 · 인용은 1999년 개정판 기준 · 구체적인 자본 배분 비율과 주문 사용법은 원서에 있습니다 ·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존 J. 머피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 1999 개정판 1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