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깨졌다"는 판정의 기준이 미래에 있습니다

장중에 선이 뚫렸다가, 다시 위로 닫혔습니다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며 팽팽하게 당겨진 굵은 밧줄. 섬유 한 올까지 보일 만큼 가까이서 찍었다
선이 깨졌다가 안 깨진 것이 되는 하루가 있습니다.

차트 위에 선을 하나 긋습니다. 저점들을 이어 놓은 선이고, 값이 그 위에 있는 동안은 흐름이 살아 있다고 봅니다. 그 선이 깨지면 흐름이 바뀌었다는 신호가 되고요.

그런데 어느 날, 값이 장중에 그 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장이 끝날 무렵 다시 위로 올라와 닫힙니다.

깨진 걸까요, 아닐까요.

이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선을 긋고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몇 주에 한 번은 만납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그 도구를 쓴 결과의 대부분을 정합니다.

"불행히도 그런 상황에서 따를 확고하고 빠른 규칙이 없다"

맨 나무 탁자 위에 선 모래시계. 모래가 아직 전부 위쪽 유리에 남아 있다
규칙이 없는 자리에서는 판정이 그대로 미뤄집니다.

방금의 장면을 정면으로 다룬 대목이 있습니다. 차트 읽는 법을 열아홉 장에 나눠 담은 책, 존 J. 머피의 1999년 개정판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 네 번째 장입니다.

"불행히도 그런 상황에서 따를 확고하고 빠른 규칙이 없다. 때로는 사소한 위반을 무시하는 것이 최선인데, 특히 이후의 시장 움직임이 원래 선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는 경우에 그렇다." (4장)

앞부분은 정직한 고백입니다. 규칙이 없다고 적었어요.

문제는 뒷부분입니다. 「이후의 시장 움직임이 증명한다」 — 그러니까 판정의 기준이 미래에 있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이후의 시장 움직임이 없습니다. 지금 있는 것은 장이 끝난 화면 하나뿐이고, 결정도 지금 내려야 해요. 판정을 확인해 줄 자료는 결정을 내린 뒤에야 도착합니다.

물론 대안이 없지는 않습니다. 장중에 뚫린 것보다 마감가로 뚫린 것을 더 무겁게 보라는 것.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덧붙여요 — 때로는 마감가로 뚫린 것조차 충분하지 않다고요.

그러면 그 선은 왜 통했던 것인가

값이 어떤 구간에서 멈췄다가 위로 올라갔다고 해봅시다. 그 구간을 놓고 네 부류의 사람이 생깁니다.

거기서 산 사람은 기쁘지만 더 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값이 그 자리로 돌아오면 늘리고 싶어져요. 거기서 판 사람은 자기가 틀린 쪽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진입한 자리까지만 돌아와 달라고 바랍니다. 일찍 팔아 버린 사람은 성급했던 자신에게 화가 나 있고, 아직 안 들어온 사람은 다음 하락을 기다립니다.

"네 집단 모두가 「다음 하락을 사겠다」고 결심한다. 모두가 시장 아래 그 지지 구간에 「기득 이해관계」를 갖는다." (4장)

선이 마법이어서 값이 멈추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자리에서 돈이 오갔고, 오간 만큼 사람들이 그 자리를 기억하고 있어서 멈추는 거예요. 거래가 많았던 자리일수록 더 강하게 멈추는 이유도 같습니다.

값을 멈춰 세우는 그 아래쪽 구간을 지지, 위쪽에서 막아서는 구간을 저항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값이 지지 구간을 아래로 뚫고 내려가면 반응이 통째로 뒤집혀요. 사 놓은 사람들이 자기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애초에 그 지지를 만든 것은 시장 아래 매수 주문의 우세였다. 그런데 이제 시장 아래 있던 그 모든 매수 주문이 시장 위의 매도 주문이 되었다. 지지가 저항이 되었다." (4장)

그리고 이 뒤집힘을 실제로 밀어붙이는 것은 차트의 성질이 아닙니다. 4장은 선물 이야기를 하면서 그걸 짚어요. 선물은 계약 값의 10퍼센트 남짓만 맡기고 그 열 배를 굴리는 시장입니다. 그래서 값이 조금만 반대로 가도 맡긴 돈이 바닥나고, 돈을 더 넣거나 던져야 해요. 버틸 선택지가 없는 겁니다. 그 구조가, 사려고 기다리던 주문을 팔아야만 하는 주문으로 바꿉니다.

같은 수익을 두 번 쟀더니 원인이 달라졌습니다

판정이 미래에 있으면 뒤늦게 내린 결론이 그럴듯해 보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럴듯한 결론이 틀리는 방식을 보여 주는 연구가 하나 있어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2011년에 낸 논문입니다. 1979년부터 1992년까지, 유로가 생기기 전 독일 돈이던 마르크의 달러 환율에, 값의 평균선을 기준으로 사고파는 단순한 규칙 하나를 걸어 봤습니다. 총수익은 연 6.97퍼센트가 나왔어요.

그런데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날들을 빼고 다시 재니 2.07퍼센트로 줄었어요. 우연히 그 정도가 나올 수도 있는 수준까지 내려간 겁니다.

여기까지 보면 결론은 하나로 보입니다. 이 규칙이 번 돈은 중앙은행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것.

그런데 연구자들이 하루를 더 잘게 쪼갰습니다. 개입은 거의 언제나 미국 영업시간에 일어났는데, 줄어든 수익의 대부분은 그보다 앞선 시간대에서 나왔어요. 개입이 있기 전에 이미 벌어들인 돈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개입의 방향은 그 규칙의 신호와 반대였습니다.

결론이 흔들렸습니다. 적어도 단순히 개입이 수익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진 거예요. 연구자들이 내놓은 설명은 반대쪽입니다. 강한 흐름에 중앙은행이 대응한 것이고, 그 흐름에서 규칙이 벌었다는 것.

이 사건이 차트 이야기와 같지 않은 지점은 분명합니다. 저쪽은 자료를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사후 연구이고, 이쪽은 장 마감 직후에 한 번 결정해야 하는 자리예요. 다만 구조는 같습니다. 한 번 봐서 나온 그럴듯한 답은, 한 번 더 볼 때까지만 맞습니다.

필터를 조일 때 치르는 값

장중에 잠깐 뚫린 것을 어떻게 걸러 낼지에 대해, 4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조건을 하나 더 붙인다고 적습니다. 얼마나 뚫렸는지, 얼마나 오래 뚫려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요.

조건을 조일수록 헛신호는 줄어듭니다. 그리고 같은 만큼 늦게 들어가게 됩니다.

어느 쪽으로 맞춰도 다른 쪽이 나빠지는 겁니다.

1999년에도 그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깨졌다」는 판정을 내리는 사람은 결국 화면 앞에 앉은 사람입니다. 규칙이 아니라요.

이 책은 그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규칙이 없다고 썼고, 판정을 증명해 주는 것은 이후의 시장 움직임이라고 썼어요. 정직한 서술입니다. 다만 그 정직함이 도구를 쓰는 사람의 일을 덜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4장은 그 자리에 이런 문장을 놓아 둡니다. 실패는 시스템에 있지 않고, 추세 없는 시장에 추세용 시스템을 가져다 쓴 트레이더에게 있다고요. 규칙을 주지 않은 채 책임만 넘겨받은 셈입니다.


고지: 2026년 8월 집필 · 인용은 1999년 개정판 기준 · 구체적인 작도 절차와 필터 수치는 원서에 있습니다 ·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존 J. 머피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 1999 개정판 4장 / Christopher J. Neely · Paul A. Weller, "Technical Analysis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Working Paper 2011-001B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