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무위험 2만 5,000달러짜리 수표

공짜로 보이는 값이 화면에 떴습니다

1981년 필라델피아 거래소 플로어. 한 트레이더가 걸음을 멈추고 단말을 보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지나간다
훈련생에게 내주는 문제 하나입니다.

제프 야스는 1981년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플로어에서 옵션 트레이더로 시작했습니다. 잭 슈웨거가 1992년에 낸 인터뷰집 《새로운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야스는 자기가 훈련생에게 내주는 문제 하나를 꺼냅니다.

주식이 5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이 그 주식을 45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 500계약을 계약당 4.5달러에 팔겠다고 내놓습니다. 45달러에 사서 5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이니 값어치는 최소 5달러예요. 그런데 4.5달러에 판다고 합니다.

본능적인 반응은 이겁니다. 좋다, 그 권리를 4.5달러에 사 두고 주식은 지금 값인 50달러에 팔아 두자. 나중에 그 권리로 45달러에 사서 넘겨주면 되니 0.5달러가 남습니다. 이런 계약은 한 장이 주식 100주에 걸리니까 계약당 50달러이고, 500계약이면 2만 5,000달러가 위험 없이 들어옵니다.

야스도 처음에는 그랬다고 말해요. 내재가치 아래로 나온 옵션이면 언제나 사는 쪽이었고, 이익이 잠겨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플로어의 다른 똑똑한 트레이더들이 왜 같은 매매를 하러 달려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이유를 알아냅니다. 그들이 그 콜을 사지 않는 이유는, 평균적으로 그게 지는 제안이기 때문이었어요.

1981년, 25달러짜리 주식의 35달러 콜

산타페의 35달러 콜이 16분의 1달러에서 10달러가 됐음을 보여주는 막대 도해
10달러를 더 올라야 값어치가 생기는 계약이었습니다.

야스가 시작하던 해에 플로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산타페라는 석유회사를 쿠웨이트 쪽이 인수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발표가 나기 전, 주가는 25달러였어요. 그때 플로어의 옵션 트레이더들이 35달러 콜 1,000계약을 16분의 1달러에 체결해 줬습니다. 당시 미국 시장은 값을 분수로 불렀고, 16분의 1달러면 6센트가 조금 넘는 값이에요. 25달러짜리 주식이 35달러까지 오를 권리를 거의 공짜에 판 셈이죠. 그럴 만도 했습니다. 10달러를 더 올라야 값어치가 생기는 계약이니까요.

얼마 뒤 주가는 25달러에서 45달러로 뛰었습니다. 그 옵션은 16분의 1달러에서 10달러가 됐어요. 팔았던 트레이더들은 사실상 하룻밤에 100만 달러쯤을 잃었습니다.

내부 정보를 쥐고 매매한 것이 드러나면 그 이익을 환수해 반대편에 돌려주는 절차가 있습니다. 산타페의 경우에도 결국 돈은 돌려받았다고 그는 말해요. 다만 몇 년이 걸렸습니다. 누가 사겠다고 하면 팔고 팔겠다고 하면 사면서 그 차이로 먹고사는 것이 마켓메이커의 일입니다. 그 일을 하려면 밑천이 굴러가고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이 묶인 채로 몇 년을 기다리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여요.

명백해 보이는 것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야스는 처음의 그 문제를 조건부 확률로 바꿔 놓습니다.

기관이 내재가치 아래로 옵션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 주어졌을 때,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가. 저쪽이 워낙 순진해서 나에게 사실상 무위험 2만 5,000달러짜리 수표를 써 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저쪽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인가. 그의 답은 후자입니다. 그들이 이 매매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주어졌다면, 당신이 잃을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을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슈웨거가 묻자 그는 직설적으로 답합니다. 그들에게 팔아야 할 주식이 100만 주 있고, 그 물량을 소화시키려면 49달러에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니 그 100만 주가 나오는 동안 값은 밀립니다. 당신이 헤지로 팔려던 50달러가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잠갔다고 생각한 0.5달러가 잠기지 않습니다.

인수 발표 전에 옵션 거래가 몰리느냐는 물음에 그는 거의 언제나 그렇다고 답합니다. 인수된 주식의 거래량 데이터를 훑어보면 사건 전에 거의 언제나 옵션 매매가 몰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요.

그 훑어보기를 실제로 한 논문이 2019년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인수 발표 1,859건을 놓고 발표 전 30일 구간의 옵션 거래량을 본 연구인데, 그중 467건에서 통계적으로 비정상이라고 판정할 만한 거래량이 나왔어요. 표본의 25퍼센트가 조금 넘습니다. 비정상은 만기가 짧은 계약과, 지금 가격에서 한참 떨어진 자리에 걸린 콜에서 특히 컸습니다. 발표를 앞두고 방향에 거는 매수와 모양이 같아요.

이 논문이 그 25퍼센트를 범죄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제목이 물음표로 끝나요. 저자들이 확정한 것은 거래량이 비정상이었다는 것까지입니다. 그리고 같은 논문이 함께 적어 둔 바로는, 그 1,859건 가운데 규제기관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8퍼센트쯤이었습니다.

"정답은 체크입니다"

야스가 훈련생 전원에게 준다는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카드 게임의 마지막 베팅 차례인데, 서로 패의 일부는 펼쳐져 있고 일부는 엎어져 있어요. 펼쳐진 것만 놓고 보면 당신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습니다. 얼마를 걸겠습니까.

전형적인 대답은 걸 수 있는 만큼 걸겠다는 것입니다. 야스의 답은 한 푼도 걸지 않는 것, 그러니까 판돈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넘기는 쪽이에요.

"체크입니다. 그가 당신을 못 이기면 죽을 것이고, 이길 수 있으면 레이즈해서 당신이 더 잃을 테니까요."

상대가 엎어 둔 패로도 당신을 못 이긴다면 그는 판을 접고 나갑니다. 걸어도 딸 것이 없어요. 반대로 그가 당신을 이길 패를 쥐고 있다면 판돈을 올릴 테고, 당신은 더 크게 잃습니다. 걸어서 얻을 것은 없고 잃을 수만 있는 자리입니다.

값을 맞게 매겨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옵션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어떤 옵션이 3달러 값어치라고 믿으면 야스는 보통 2.875달러에 사고 3.125달러에 파는 호가를 냅니다. 촘촘하게 붙여 놓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보다 나은 정보를 가졌다고 의심되는 브로커가 그 옵션의 호가를 물어 온다면, 촘촘한 시장을 만들어서 얻을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값을 맞게 매기면 그는 그냥 지나갈 테고, 틀리게 매기면 그는 거래할 테고 자기는 잃으니까요.

나은 정보를 가진 브로커가 자기 생각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값을 부르고 있다면, 그가 자기 모르는 무언가를 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매도로 보여도 그 반대편을 잡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필라델피아 사무실에서 시작해 동네 식당에서 끝났습니다. 음식은 훌륭했는데 그만큼 인기가 많아 소음이 컸고, 슈웨거는 정보기관의 해독 능력에 걸맞은 카세트 녹음을 손에 쥐게 됐다고 적어 뒀어요. 근처 손님 몇은 자리를 뜨면서 두 사람이 왜 저녁 대화를 녹음하고 있는지 묻지 않고는 못 배겼다고 합니다.

10분 뒤에 거래가 멈췄습니다

1980년대 중반 거래소 포스트. 세 사람이 팔을 내린 채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고 바닥에 종이가 흩어져 있다
10분 뒤의 일입니다.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의 옵션은 거래가 드물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거래소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수백 계약 매수 주문이 들어와 있는데 반대편을 잡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주가는 25달러 언저리였고, 야스 쪽은 25달러 콜 300계약을 2.5달러쯤에 팔기로 했습니다.

10분 뒤에 그 주식의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유럽 기업이 그 회사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났어요. 몇 분 뒤 거래가 재개됐을 때 주가는 39달러에 다시 열렸습니다. 몇 분 만에 35만 달러쯤을 잃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알고 보니 그 매수자는 인수하는 쪽 회사의 이사회 멤버였습니다. 이번에는 돈을 빨리 돌려받았어요. 규제기관이 매수자를 금방 특정했고, 자기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외국인 임원이라 별 복잡한 일 없이 돌려줬다고요.

그러면 거래가 뜸한 시장에서 큰 옵션 주문을 채우는 일이 늘 주저되지 않느냐고 슈웨거가 묻습니다. 야스는 늘 주저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사업에 있고 싶다면 그런 주문을 채우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답해요.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주문은 정당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넓어진 스프레드와, 그 값을 치르는 사람

좋아 보이는 거래에는 그것을 좋다고 판단한 다른 사람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모르는 채로는, 좋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가 되지 않아요.

야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자기들이 하는 모든 매매에는 반대편이 정보를 아는 쪽일 가능성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간 들어 있다고 말해요. 호가를 조금 더 벌려 놓는 방식으로요.

그러니 규제기관이 내부자 거래를 다 잡으리라고 모두가 믿게 되면, 시장은 그 추가 프리미엄을 가격에서 뺄 것이라고 그는 봅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잡히지 않는다고 믿으면 프리미엄은 그대로 남아요.

그 프리미엄은 사고파는 값의 차이에 섞여 있습니다.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조금씩, 이름 없이 나갑니다. 야스의 말로는 그 값을 치르는 것이 결국 평균적인 투자자예요.

산타페의 그 콜을 판 트레이더들은 몇 년을 기다려 돈을 돌려받았고, 컴버스천의 그 계약을 판 쪽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둘 다 돌려받기는 했는데, 돌려받기까지 걸린 그 시간이 곧 그들의 사업이었어요.


고지: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고, 인용한 책은 1992년에 출간된 것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Jack D. Schwager, 《The New Market Wizards》(1992), 20장 / Augustin·Brenner·Subrahmanyam, Management Science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