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얼마에 사 왔는지만 말해 주세요

"우리 기록에 따르면 고객의 62퍼센트가 돈을 법니다"

1992년의 교육장.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앞을 향하고 있고 연단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강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마크 리치(Mark Ritchie)는 1992년에 나온 인터뷰집 《새로운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잭 슈웨거가 만난 스물다섯 명 중 한 사람입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 야간 교도관과 트럭 운전으로 학비를 벌던 사람이었어요. 트럭을 몰 때 기름을 가득 채울 여유조차 없을 때가 있었다고 해요. 형 조를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를 구경 간 것이 시장에 사로잡힌 계기였습니다.

업계에 남고 싶어서 그가 처음 얻은 자리는 일반 대중에게 상품 옵션을 파는 회사였습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옵션이 나오기 한참 전이라, 그 회사는 런던에서 옵션을 사다 높은 마진을 붙여 대중에게 팔고 있었어요. 2,000달러에 사서 4,000달러에 파는 식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채용된 뒤 그는 파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갔습니다. 대본도 있었어요. 전화를 걸어 상대가 부유하고 지적인 분이라 이런 기회의 가치를 알아보실 거라고 말하는, 비위를 맞추는 대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자리에 앉아 트레이더의 머리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팔 거라면 그 성과 기록을 알고 싶다고요. 그래서 강사에게 물었고, 강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기록에 따르면 고객의 62퍼센트가 돈을 법니다."

숫자는 있었는데, 무엇을 셌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게 노골적인 거짓말이었느냐는 물음에 리치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숫자는 아마 어딘가 있었을 거라고 그는 말해요. 다만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하기가 어려웠다고요. 고객의 62퍼센트가 어느 시점엔가 어떤 매매에서 한 번 이익을 낸 것일 수도 있고, 자기가 아는 한 그 사람들 대부분은 그 뒤에 전멸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62퍼센트를 검증하려면 먼저 그 숫자가 무엇을 센 값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건 숫자를 만든 쪽만 알려줄 수 있고, 알려주지 않기로 하면 그 숫자는 검증되지 않은 채로 계속 돌아다녀요.

가구점 이야기가 나오고 강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리치는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이거였어요. 저는 4,000달러에 옵션을 파는데, 산 사람은 그걸 얼마에 되팔 수 있습니까.

강사는 왜 그가 팔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당신한테서 사는 거고, 큰돈을 벌 때까지 들고 있을 거라고요. 리치는 가정해서 다음 날 팔고 싶다면 얼마에 팔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자기는 시장에 익숙한 사람이고, 시장이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라고요. 문답이 한동안 오갔습니다.

되팔 가격을 끝내 듣지 못하자 그는 질문을 바꿉니다. 그럼 그 4,000달러짜리 옵션을 얼마에 사 왔는지만 말해 주세요.

강사는 깊은 한숨을 쉬고 책상에 몸을 기댔습니다. 그러고는 가구점 이야기를 꺼냈어요. 가구점에 가서 판매원이 얼마에 사 왔는지 말해 줄 때까지 가구를 사지 않겠다고 버티면, 그 판매원은 끝내 말해 주지 않고 하루 종일 물어보면 결국 꺼지라고 한다고. 그리고 그게 지금 자기가 당신한테 하는 말이라고요.

강의실에 긴 침묵이 흘렀습니다.

나머지 수강생은 이 사업의 초보였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고 리치는 말합니다. 한 사람은 회사 영업사원이 콜벳을 몰고 오는 것을 봤고, 그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습니다.

다시 센 사람들

같은 데이터에서 나온 연 1.2퍼센트포인트와 연 0.10퍼센트를 나란히 놓은 막대 도해
차이는 열 배를 넘습니다.

모닝스타는 「마인드 더 갭」이라는 연차 연구를 냅니다. 펀드가 낸 수익률과 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실제로 얻은 수익률의 차이를 재는 연구예요. 2025년판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그 격차를 연 1.2퍼센트포인트로 제시했고, 그 기간 펀드 수익의 약 15퍼센트에 해당한다고 적었습니다.

2026년 《파이낸셜 애널리스츠 저널》 82권 3호에 같은 데이터를 다시 계산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저자들이 얻은 값은 연 0.10퍼센트였어요. 돈이 드나든 시점을 언제 기준으로 잡느냐를 바꿨더니 값이 그렇게 갈렸습니다.

여기서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데이터에서 두 계산이 나왔고 그 차이가 열 배를 넘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반박이 동료심사를 거치는 학술지에 실렸다는 사실입니다.

1992년 강의실의 62퍼센트와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이쪽은 셈한 방법이 적혀 있어서 남이 다시 셀 수 있었습니다.

반대편 호가를 물으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리치가 강의실에서 한 일을 그는 나중에 이렇게 정리합니다. 반대편 호가를 물어보는 것만으로 그 시장이 정당한지는 아주 빨리 알 수 있다고요.

이 판별법이 통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파는 쪽만 있고 사는 쪽이 없으면 그건 시장이 아니라 판매입니다. 값을 정하는 사람이 한쪽뿐이면 그 값은 아무것에도 부딪혀 보지 않은 값이에요. 되팔 때 얼마를 받느냐는 질문 하나가 그 부딪힘을 대신해 줍니다.

리치가 그날 본 것을 그는 사기 조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곧바로 한 겹을 더 얹어요.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이 사업의 부정직 중 많은 부분이 사람들이 자기에게 정직하지 않은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거래소에서 부정으로 기소된 사람들도 대체로 자기가 남들 다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더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리치가 보기에 그건 사실이 아닌데, 말하는 본인은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고요.

물론 이 장면 하나로 사람 일반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에서 싸우기 시작한 날

1982년 밤의 매매 사무실. 남자 한 명이 창가에 서서 어두운 도시를 내다보고 책상에는 전화기만 놓여 있다
그날 밤 그는 베개에 머리를 대고도 포지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플로어의 트레이더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장 먼저 안다고들 생각하는데, 진실에서 그보다 더 멀 수는 없다고 리치는 말합니다. 시장은 플로어에 뉴스가 닿기 한참 전에 폭발한다고요.

1982년 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두고 전쟁에 들어간 날, 그는 사료로 쓰는 대두박에서 아주 좋아 보이는 가격에 큰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그는 그 이유를 아직 듣기 전이었어요. 빠져나오는 데 1분쯤 걸렸을 텐데 그사이 10만 달러를 잃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거래소 한복판에 서 있으니 자기가 제일 먼저 안다는 것도,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그냥 믿음이었던 겁니다.

밤에 베개에 머리를 대고도

검증할 수 없는 숫자는 거짓말보다 다루기 어렵습니다.

리치가 자기에게 쓰는 장치는 숫자가 아닙니다. 밤에 베개에 머리를 대고도 여전히 자기 포지션을 생각하고 있으면 다음 날 아침 청산을 시작한다는 규칙이에요. 자기가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그는 하나를 더 답니다. 어느 때든 포지션을 두고 기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즉시 청산한다고요. 그건 재앙의 확실한 신호라고 그는 말합니다.

신은 시세 조종자가 아니라고 그는 덧붙여요. 신이 시세 조종자라고 생각한 트레이더를 하나 알았는데, 파산한 쪽은 신이 아니라 그 트레이더였다고요.

검증되지 않은 숫자 위에서도 사람은 오래 벌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전략이 하나 나와요. 값이 아주 크게 움직여야만 값어치가 생기는 옵션을 파는 쪽에 서는 건데, 재앙이 오기 전까지는 꾸준한 이익이 쌓이고 그다음에 전부를 잃습니다.

교육이 끝난 다음 날 리치는 마지못해 몇 통 전화를 걸었습니다. 온통 사기라고 적혀 있는 느낌이었다고 그는 말해요. 그 뒤로 그는 떠났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고지: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고, 인용한 책은 1992년에 출간된 것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Jack D. Schwager, 《The New Market Wizards》(1992), 17장 / Fulkerson·Jordan·Riley·Yan, Financial Analysts Journal 82(3), 2026 / Morningstar, Mind the Gap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