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무작위라는 걸 증명하려다 트레이더가 됐습니다

1979년, 길 블레이크는 친구의 발상을 코웃음 쳤습니다

1979년 사무실. 한 남자가 책상 너머로 종이 한 장을 내밀고 다른 남자가 반쯤 돌아서 있다
그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같은 회사 친구의 사무실에 들렀더니 그 친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방채에 투자하는 펀드의 값이 적힌 종이였어요. 이자는 10%를 넘게 받고 있는데 펀드 값 자체가 꾸준히 깎여서 총수익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겁니다.

한 달치 숫자를 훑어보니 추세가 끈질겼습니다. 펀드 값이 스물두 날 연속으로 내려가 있었어요.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는 언제든 수수료 없이 현금 펀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데, 내려가기 시작하면 나왔다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면 돌아가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시장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랜덤워크 투자수업》을 읽어보라고, 데이터가 부족한 거니까 더 모아보면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했어요.

친구는 데이터를 더 모았습니다. 끈질김은 유지됐습니다.

설득당한 쪽은 그였습니다. 이 사람은 길 블레이크이고, 1992년에 나온 잭 슈웨거의 인터뷰집 《새로운 시장의 마법사들》이 만난 스물다섯 명 중 하나입니다. 매매를 시작한 뒤 12년 동안 연평균 45%를 냈고, 20% 아래로 내려간 해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달로 따져도 열에 아홉 이상이 본전 이상이었어요.

우위는 어디에 있었나

앞면이 나올 확률이 55퍼센트인 동전 아홉 개를 앞면 다섯과 뒷면 넷으로 나란히 배치한 도해
우위는 한 번에 있지 않고 여러 번에 있습니다.

블레이크가 제일 좋아하는 질문이 이겁니다. 왜 개별 종목이 아니라 섹터가 그렇게 매매하기 좋았느냐는 것.

개별 종목을 조사해보니, 의미 있게 움직인 종목이 다음 날 같은 방향으로 가는 확률은 55% 정도였습니다. 수수료와 호가 차이를 감안하면 그걸로는 매매가 안 됩니다.

여기서 그는 동전 이야기를 꺼냅니다. 앞면이 나올 확률이 55%인 동전이 있다고 해봅시다. 하나를 던지면 앞면 확률은 그대로 55%입니다. 아홉 개를 던져 앞면이 뒷면보다 많을 확률은 62%로 올라갑니다. 아흔아홉 개를 던지면 그 확률은 훨씬 더 올라가고요.

같은 일이 종목 무더기에서 일어납니다. 화학주 아흔아홉 개가 시장이 조용한 가운데 나란히 1~2% 올랐다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 무리는 물고기 떼처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한 종목의 확률이 55%에 그쳐도, 무리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갈 확률은 그보다 한참 높아집니다.

핵심 재료는 그 무리가 동질적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가장 덜 동질적이던 레저 펀드는 맥주 회사와 항공사와 호텔이 섞여 있었고, 지속성도 모든 섹터 중 가장 낮았습니다. 반대로 저축대부나 바이오테크처럼 비슷한 것들끼리 묶인 펀드가 가장 끈질겼어요.

"제 느낌은 그 수가 100보다 0에 훨씬 가깝다는 것입니다"

《랜덤워크 투자수업》의 저자에게 뭐라고 답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반박부터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와 이견보다 동의가 더 많습니다. 시장은 대체로 무작위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시장을 이기거나 「타이밍」을 잡을 수 없습니다."

자금 운용자 100명이 저마다 자기는 시장을 앞설 수 있다고 믿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의 수는 100보다 0에 훨씬 가까울 거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데이터가 아니라 자기 느낌이라고 표시하면서요.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답니다. 그래도 그 저자에게 자기 숫자를 보여주고 싶은 유혹은 들 것 같다고요.

닫힌 빈틈의 기록

그가 찾아낸 우위는 펀드 값이 매겨지는 방식에 있던 빈틈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빈틈이 나중에 어떻게 닫혔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어요.

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연구 시리즈에 실린 보고서가 2003년 말에 드러난 사건을 다룹니다. 몇몇 자산운용사가 자기네 펀드에서 남용적인 — 일부는 불법이기도 한 — 매매를 허용해 준 일이었습니다. 그 매매에서 나온 이익은 대부분 시점 차이를 노리거나 마감 뒤에 주문을 넣은 쪽으로 갔고, 비용은 대체로 사서 들고 있던 투자자가 졌습니다. 결국에는 운용사 자신도요.

여기서 인물을 잇지 않겠습니다. 블레이크는 1980년대에 공개된 규칙 안에서 펀드를 갈아탔고, 2003년의 그 사건은 다른 사람들이 한 다른 일입니다. 이을 수 있는 것은 구조뿐이에요 — 같은 종류의 가격 오류가 결국 닫혔다는 것.

보고서를 쓴 사람이 던지는 수수께끼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운용사들에게도 이 거래는 애초에 수지가 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들키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쳐도, 기대 수입이 평판이 무너지며 잃게 될 것에 한참 못 미쳤어요. 그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기업이 자기 이해관계를 지키려 할 테니 알아서 처신하리라고 믿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요.

수수료 0.75%가 그 패턴을 죽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의 긴 복도. 똑같은 문들이 전부 닫혀 있고 가운데 하나가 닫히는 중이다
수수료 한 줄이 그 패턴을 죽였습니다.

블레이크의 이야기에서 우위는 세 번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처음의 지방채 펀드는 오래가지 않았어요. 1979년부터 1984년 초까지 하루 0.25~0.5%였던 그 펀드의 출렁임이 0.1~0.2%로 내려앉았고, 방향이 이어질 신뢰도도 80%에서 7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여전히 벌리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 않았고, 그는 더 나은 것을 찾아 나섭니다.

다음이 섹터 펀드였고, 그중 마지막이 에너지 서비스였습니다. 그가 여태 찾은 것 중 가장 신뢰할 만한 패턴이 거기 있었어요. 처음 자료를 뜯어봤을 때 이익이 날 확률이 90%를 넘었고, 그 확률이 1~2년 동안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 패턴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여기 옮기지 않겠습니다.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11월에 그 운용사가 한 달 미만 보유한 매매에 0.75%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고, 90%짜리 확률은 그걸로 값어치를 잃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매매를 묻자 그가 꺼낸 이야기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1986년 7월의 어느 날, 아침에 이미 종가에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았는데 그때는 장중에 갈아탈 수 없던 시절이라 오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날 오후에 윈드서핑 강습이 있었어요. 4시 한참 전에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그 운동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고 호수 반대편으로 날려갔습니다. 있는 힘껏 노를 저어 돌아왔지만 마감을 맞추지 못했고, 나왔어야 할 자리에서 못 나온 값을 그대로 치렀습니다.

산 시스템은 왜 산 사람에게 잘 안 통할까

구매한 시스템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의 답은 이렇습니다.

"시스템은 남보다 만든 사람에게 더 유용하거나 성공적인 경향이 있다고 믿습니다. 접근이 개인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따를 확신이 없을 겁니다."

남의 접근이 자기 성격과 맞을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가 덧붙이는 두 마디가 이 답을 닫습니다. 성공한 트레이더가 되는 사람은 애초에 남의 접근을 쓰는 유형이 아닐 수 있고, 성공한 트레이더는 자기 시스템을 팔지 않을 수 있다고요.

그러니 살 수 있는 시스템은 대체로 파는 사람이 안 쓰는 시스템입니다.

확신의 수명과 우위의 수명

블레이크의 명함에는 확률곡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연 20% 수익이 종 모양 곡선의 한참 왼쪽 끝에 찍혀 있는 그림인데, 풀어 쓰면 최소 20%를 낼 확률이 95%라는 뜻이에요. 그 스케치는 0%까지 뻗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12년 동안 실제로 맞았습니다. 다만 그가 그 확신을 얹어 두었던 패턴들은 하나씩 죽었어요. 값이 매겨지는 방식이 바뀌어서, 출렁임이 줄어서, 수수료 한 줄이 붙어서. 우위의 수명은 그것을 찾아낸 사람의 확신보다 짧습니다.

그렇다면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만 모아 놓고 보면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같은 책에 나오는 빅터 스페란데오는 자기가 아는 것을 서른여덟 명에게 가르쳤는데, 그중 다섯 명만 돈을 벌었다고 말합니다.

블레이크가 남긴 말 중에 가장 오래 갈 것은 아마 동전 이야기일 겁니다. 우위가 어디서 오는지를 확률의 성질까지 내려가 설명한 자리가 이 책에 달리 없거든요. 그런데 그 설명을 다 듣고 나서도 남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도, 그가 알아낸 것들은 전부 닫혔습니다.


고지: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고, 인용한 책은 1992년에 출간된 것입니다. 특정 종목이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Jack D. Schwager, 《The New Market Wizards》(1992), 12장 / McCabe, Federal Reserve Board FEDS 2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