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트레이더들이 그 자리에 붙인 이름

하늘의 묘지

해질 무렵 능선을 따라 늘어선 비석들. 글자는 새겨져 있지 않고 넓은 하늘이 화면을 채운다
이름은 16년이 쌓인 뒤에 붙었습니다.

1966년부터 1982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의 큰 상승은 번번이 같은 자리에서 끝났습니다. 다우 존스 산업평균이 950이나 1050에 닿을 때마다였습니다.

16년입니다.

그 자리에서 거듭 막히는 것을 지켜본 트레이더들이 거기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늘의 묘지.

이 별명을 기록해 둔 책이 1993년에 나온 《Trading for a Living》, 국내판 《심리투자 법칙》입니다. 알렉산더 엘더가 썼고, 그는 정신과 진료와 매매를 함께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별명을 지은 것은 저자가 아니라 그 시절 매매장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이름은 16년이 지난 뒤에 붙었습니다

이름이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950에서 막히고, 다시 막히고, 또 막히는 일이 십수 년 쌓인 다음에 사람들이 그 자리를 부를 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황소들이 결국 그 수준을 뚫고 올라가자, 같은 자리가 이번에는 아래를 받쳐 주는 구간이 되었습니다.

막던 자리가 받치는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값은 같은데 역할이 뒤집혔습니다.

지지와 저항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그 현상에 붙인 설명은 기술적이지 않습니다. 기억과 고통과 후회로 설명합니다.

강해지는 이유와 약해지는 이유를 나란히 놓은 대조표
같은 구간을 두고 정반대로 말한다.

어떤 값에서 산 사람은 그 값을 기억합니다. 거기서 물린 사람은 본전이 오기를 기다리고, 거기서 팔았다가 값이 오르는 것을 본 사람은 다시 그 자리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한쪽의 고통과 다른 쪽의 후회가 같은 값에서 만나면 거기서 매물과 매수가 동시에 쏟아집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구간이 좋은 와인처럼 나이가 들수록 강해진다고 적습니다. 오래 막힌 자리일수록 기억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문단 뒤에 정반대 이야기가 나옵니다. 같은 구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약해진다고요. 이유는 다릅니다. 거기서 물렸던 사람들이 하나씩 시장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런 말이 됩니다. 기억이 그 자리를 만든다면,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질 때 그 자리도 사라집니다.

짖지 않은 개

밤의 영국식 저택. 돌계단 위에 큰 개가 편안히 엎드린 채 반쯤 열린 현관문 쪽을 보고 있다
개는 들어온 사람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신호에 이름을 붙인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셜록 홈스가 시골 저택의 사건을 풀러 갔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그 집 개가 짖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얻습니다. 개가 범인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면 짖었을 텐데 짖지 않았으니, 들어온 사람은 그 집에서 지내던 사람이었습니다. 홈스가 본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신호는 기대한 행동이 없었다는 것으로 주어졌다 — 짖지 않았다는 것으로!

값이 당연히 움직여야 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이 신호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그것을 바스커빌 가의 개 신호라고 부릅니다.

부재를 읽는 일입니다. 그리고 부재를 읽는 일에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있었어야 했는지를 먼저 정해 두어야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가 걸리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대개 같은 모양으로 갑니다. 다른 분야에서 그 다툼이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절차를 바꾸자 효과가 사라졌다

자기가 가진 물건에 더 높은 값을 매긴다는 연구가 오래 있었습니다. 같은 머그잔을 두고 팔라고 하면 받으려는 값이, 사라고 할 때 내겠다는 값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2005년에 경제학자 두 사람이 그 실험의 절차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피험자가 방식을 오해해서 나온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훈련 절차를 넣어 오해를 줄이고 다시 해 보니 격차가 사라졌습니다.

10년 뒤에 다른 연구자들이 그 절차를 그대로 따라 해 봤습니다. 머그잔을 놓고 하는 본 과제에서 격차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것을 재는데 결과가 갈렸습니다.

그 다툼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절차가 공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절차 공개부터 재현까지 네 칸으로 이어진 세로 사슬
둘을 가르는 방법은 재현이다.

2005년의 실험은 몇 명에게 무엇을 어떤 순서로 설명하고 어떤 방식으로 값을 받았는지가 다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다른 사람들이 같은 순서를 밟아 볼 수 있었고, 다른 결과가 나오자 그것이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기억인지 착시인지를 가르는 방법은 그것입니다. 같은 절차를 다른 사람이 다시 밟아 보고 같은 것이 나오는지 보는 것.

차트에 그은 선은 그 시험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그 구간으로 볼지, 몇 번 막혀야 그 자리로 인정할지, 얼마나 벗어나면 뚫린 것으로 볼지를 정해 놓은 공개된 절차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같은 차트를 놓고 같은 선을 긋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차트에도 그런 절차가 있었다면 이 글이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억이라고 말할 근거와 착시라고 말할 근거가 둘 다 있는데, 둘을 가려 줄 방법이 없습니다.

"차트 한가운데서 매매하게 해 주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 책이 스스로 적어 둔 문장이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가르치는 책에서 나온 말치고는 상당히 불리한 말입니다.

당신의 브로커는 차트 한가운데서 매매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나간 구간은 이미 다 그려져 있어서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한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주문을 낼 수 있는 자리는 언제나 오른쪽 끝,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자리입니다. 차트를 펴 놓고 보면 사야 했던 자리와 팔아야 했던 자리가 선명한데, 그 선명함은 오른쪽이 이미 채워져 있어서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손이 움직여야 하는 순간에는 그 오른쪽이 없습니다.

같은 책에 이런 말도 붙어 있습니다. 아무도 종을 울려 주지 않는다고.


고지: 2026년 9월 작성. 인용한 책은 1993년에 출간된 초판입니다. 소유 효과 관련 서술은 2005년 이후 경제학 학술지에 공개된 실험과 그 재현 시도들에 근거하며, 해당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분석 기법과 판정 기준은 원서에 있습니다.

출처: 알렉산더 엘더, 《Trading for a Living》(Wiley, 1993) 19·20·23·45장 / Fehr·Hakimov·Kübler, 「The willingness to pay–willingness to accept gap: A failed replication of Plott and Zeiler」(WZB Discussion Paper SP II 2015-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