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설의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그 숫자를 누가 확인해 봤나

1955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트레이더가 한 사람 있습니다. W. D. 갠. 그가 남긴 매매 강좌와 교재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팔리고, 그를 소개하는 글에는 대개 같은 숫자가 붙어 다닙니다. 5천만 달러를 벌었다는 것입니다.
1955년의 5천만 달러입니다.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확인했는지를 적어 둔 글은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그 숫자는 강좌를 파는 자리마다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1993년에 나온 《Trading for a Living》은 이 대목을 한 문단으로 처리합니다. 국내판 제목은 《심리투자 법칙》입니다. 지은이 알렉산더 엘더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트레이더였고, 시장의 구루들에게 이 책의 한 장을 통째로 씁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했나
그는 갠의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아들은 보스턴의 한 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이 책은 적습니다. 아버지는 매매로 가족을 부양하지 못했고, 생계는 강의와 교재를 팔아서 꾸렸다고요.
유산은 집을 포함해 10만 달러를 조금 넘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닙니다.
"바보처럼 보이고 구독자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루가 왜 생기는지를 묻다가, 자문업이라는 사업의 생김새로 넘어갑니다.
시장 자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놓은 지표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는 용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붙인 설명은 그 지표의 사용법이 아닙니다. 자문가들이 왜 하필 전환점에서 한쪽으로 쏠리는가를 묻습니다.
그들이 추세를 따르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고 구독자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추세가 여러 달 이어지면 거기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틀렸을 때 잃는 것이 자기 돈이 아니라 구독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들이 전환점에서 틀리는 것은 판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모형의 결과입니다.
이 책은 그 사업 모형을 비웃지 않습니다. 대신 한 유명 분석가가 자기 이론의 기원을 밝힌 일을 짧게 적어 둡니다. 화장실 바닥 타일의 무늬를 보다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배런스》의 1월 원탁회의

미국의 금융 주간지 《배런스》는 해마다 1월에 유명 투자자들을 모아 원탁회의를 엽니다.
이 책의 관찰은 이렇습니다. 어떤 분석가가 그 자리에 초대되는 것은 대중이 그를 요구하고, 그를 빼면 잡지의 위신이 깎일 정도가 되었을 때라고요.
초대장은 실력의 인증이 아니었습니다
인기가 정점에 닿아야 초대되는 것이라면, 초대는 실력이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를 가장 많이 원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원해질 때는 대개 그의 예측이 가장 오래 맞아 온 직후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초대됐던 두 사람이 그 뒤 몇 달 안에 추락했다고 적습니다.
표본이 둘입니다.
두 건의 기록과 출처 없는 액수
갠의 유산으로 돌아가면, 이 책의 서술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10년쯤 뒤에 다른 트레이더가 같은 아들을 만났고, 비슷한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자기 책에 적었습니다. 아버지의 홍보를 맡았던 사람도 만났는데, 좋은 홍보가였지 반드시 좋은 트레이더는 아니었다는 평이었다고 합니다.

반대쪽 액수도 떠돌아다닙니다. 유산이 500만 달러였다거나 계좌에 200만 달러가 있었다는 식입니다. 그 출처를 따라가면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서 멈춥니다. 검인 기록 같은 1차 자료에는 닿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아들을 직접 만나 들었다는 기록이 서로 다른 시점에 두 건 있고, 그 반대편의 액수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까지입니다. 어느 쪽이 참인지를 이 글이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강좌는 팔리고 대조표는 없습니다
두 이야기가 같은 모양으로 끝납니다.

한 사람이 얼마를 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데 그의 강좌는 70년째 팔립니다. 어떤 분석가가 잡지에 초대되는 시점이 실력의 정점인지 인기의 정점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데, 그 원탁회의는 해마다 열립니다.
뒤쪽은 세어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0여 년 치 명단과 추천 종목이 어딘가에는 남아 있고, 그것을 시장 수익률과 대조하면 이 책의 관찰이 살아남는지 아닌지가 나올 테니까요. 그런데 그 대조를 해 놓은 공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명단은 있고 종목도 있는데, 30여 년 치로 이어 붙여 시장과 견준 기록이 열린 자리에는 없습니다.
이 책의 마흔네 번째 장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걸든가, 아니면 입을 다물든가.
구루를 판별하는 방법을 제안한 쪽도, 그 방법이 맞는지 세어 보는 쪽도, 아직 걸지 않았습니다.
고지: 2026년 9월 작성. 인용한 책은 1993년에 출간된 초판입니다. W. D. 갠의 유산에 관한 서술은 저자의 인터뷰 기록과 다른 저자의 후속 기록에 근거하며, 검인 기록 등 1차 자료로 교차 확인된 것이 아닙니다. 반대되는 액수 주장들은 출처를 확인하지 못해 싣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특정 인물을 평가하거나 특정 매매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알렉산더 엘더, 《Trading for a Living》(Wiley, 1993) 6·39·44장 / Larry R. Williams, 《The Right Stock at the Right Time》(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