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관중석이 없는 야구장

야구장에는 관중석이 있고 시장에는 없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간 사람이 아무리 마음이 동해도 그라운드로 내려갈 수는 없습니다. 담장이 있고 안내원이 있고, 무엇보다 내려가 봐야 공을 칠 수 없습니다.

다른 직업의 진입 절차와 시장의 진입 절차를 나란히 놓은 대조표
들어가는 문이 있는 쪽과 없는 쪽.

이 대비를 꺼낸 것은 《Trading for a Living》, 국내판 제목으로는 《심리투자 법칙》입니다. 1993년, 정신과 진료와 매매를 함께 해 온 알렉산더 엘더가 썼습니다. 인용은 모두 이 책에서 옵니다. 시장에는 그 담장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이 든 예입니다. 몇백 달러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경기에 낄 수 있고, 공을 제대로 치면 프로와 똑같은 금액을 받습니다.

다른 어떤 일에서도 이런 구조는 나오지 않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려면 면허가 필요하고, 조종석에 앉으려면 훈련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계좌를 열면 끝입니다.

그리고 처음 몇 번은 꽤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실력이 아니라 조심성에서 찾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우니까 작게 걸고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가격은 값이 아니라 합의입니다

세미나장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고 앞에 선 진행자가 한 손을 반쯤 들어 누구를 지목할지 고르고 있다
정답 대신 남은 것은 합의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에 세미나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참석자들에게 가격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답이 쏟아집니다.

누군가는 인식된 가치라고 하고, 누군가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더 큰 바보가 내는 값이라고 말합니다. 1987년에 다우가 하루에 500포인트 넘게 빠졌을 때 회사의 사정이 그날 하루 만에 그만큼 나빠진 게 아니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오고, 주식 가격은 1마일짜리 고무줄로 회사에 묶여 있다는 비유가 나옵니다.

이 책은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정리합니다. 가격은 사려는 쪽과 팔려는 쪽의 마음이 한순간 만난 지점이라고요. 값이 아니라 합의라는 뜻입니다.

합의라는 말이 중요한 것은, 합의는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의와 공백

거래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값이 건너뛰는 구간이 있습니다. 어제 종가와 오늘 시가 사이가 비어 있는 경우입니다. 그 사이의 값에서는 아무도 사고팔지 않았습니다. 합의가 끊긴 자리입니다.

그 아침에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밤의 카지노. 웨이터가 술이 담긴 쟁반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지나가고 손님들이 칩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공짜로 돌리는 쪽과 마시는 쪽이 따로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아침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묘사합니다. 전날 저녁 뉴스에 구리 광산 파업이 나오고, 공매도를 걸어 둔 사람들이 밤새 잠을 설치고, 개장 전에 주문이 쏟아집니다. 바깥에서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를 거래소 안쪽은 알고 있습니다. 아주 높은 값에 팔아 두면 조금만 되밀려도 이익이 남습니다.

똑똑한 돈은 조용할 때 걸고 아마추어는 뉴스에 뛰어든다.

확인할 길이 없는 단정이라 이 책의 주장으로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만 그 아침의 구조는 확인됩니다. 한쪽은 기다렸고 다른 쪽은 급했습니다.

급한 쪽이 매번 지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크게 법니다. 그리고 그 가끔이 문제입니다. 같은 책이 카지노에서 술을 공짜로 돌리는 이유를 짚습니다. 취한 사람이 더 감정적이고 더 많이 겁니다. 같은 카지노가 카드를 세는 사람은 찾아내서 내보냅니다. 감정은 환영받고 계산은 쫓겨납니다.

보상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태가 사람을 가장 오래 앉아 있게 만듭니다. 한 번의 큰 승리가 백 번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 간격은 앉아 있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쪽을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나

공짜 술을 돌리는 쪽은 카지노였습니다. 마시기로 한 것은 손님이었고요.

앉은 사람의 문제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조급했고, 욕심이 났고, 규율이 없었다고요.

그런데 앉히는 쪽의 설계를 따로 떼어 볼 수도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을 볼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연의 게임을 모사하는 기능"

2024년 1월 1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증권국이 한 증권사와 동의명령을 맺습니다. 회사는 750만 달러를 냈습니다.

색종이 애니메이션부터 우연의 게임 모사까지 네 칸으로 이어진 세로 사슬
동의명령이 금지한 것들이다.

문제가 된 것은 수수료도 정보 제공도 아니었습니다. 화면에서 색종이가 터지는 애니메이션, 긁는 복권 형태의 보상, 무료 주식 지급 같은 기능이었습니다. 명령서는 앞으로 이런 것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거래 빈도에 연동된 축하 이미지, 특정 목록을 밀어 주는 푸시 알림, 그리고 우연의 게임을 모사하는 기능.

근거로 든 것은 그 주의 신의성실 의무 규칙이었습니다. 개별 투자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빈번하고 무차별하게 거래를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규제기관이 고른 쪽은 앉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앉히는 설계였습니다.

1993년에 한 정신과 의사가 슬롯머신을 비유로 들었고, 서른한 해 뒤에 같은 구조가 행정 문서의 금지 문구가 되었습니다.

2013년에 진단 기준이 한 칸 옮겨 갔다

그보다 11년 앞서, 정신의학 쪽에서도 자리가 하나 바뀝니다.

DSM은 미국정신의학회가 펴내는 정신질환 진단 분류 체계이고, 임상과 보험과 연구가 모두 이 분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2013년 개정판에서 병적 도박이 「충동조절 장애」 장에서 「물질 관련 및 중독성 장애」 장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름도 도박 장애로 바뀌었습니다.

몸에 들어가는 물질이 없는데도 중독 장에 들어간 첫 사례였고, 지금까지도 그 장에 있는 유일한 행위입니다. 보상과 관련된 뇌 회로가 물질 중독과 비슷하다는 연구가 쌓인 결과였습니다.

DSM에 매매 장애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옮겨 간 것은 도박이었고, 매매를 하는 사람이 진단 대상이 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앉히는 설계를 문제 삼은 문서가 두 개 있고, 둘 다 이 책보다 늦게 나왔습니다.

다음에 매수 버튼을 누르고 나면, 화면이 무엇을 돌려주는지 한 번 보아 두면 됩니다.


고지: 2026년 9월 작성. 인용한 책은 1993년에 출간된 초판입니다. 매사추세츠주 증권국 동의명령은 2024년 1월 18일 자이며 미국 사례입니다. DSM-5는 2013년 개정판 기준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증권사·매매 방식을 권유하지 않으며, 의학적 진단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매매 규칙과 수치는 원서에 있습니다.

출처: 알렉산더 엘더, 《Trading for a Living》(Wiley, 1993) 8·11·12·22장 / Massachusetts Securities Division consent order (2024-01-18)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SM-5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