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을 귀에 넣은 쪽은 부하들이었습니다
묶은 사람과 묶인 사람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의 바다 생물입니다.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 소리를 들은 선원들이 배 밖으로 뛰어들어 익사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노래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자기를 돛대에 묶고, 자기들 귀에는 밀랍을 넣으라고요. 그는 노래를 들었고, 뛰어들 수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이 장면을 매매 규칙의 비유로 가져다 쓴 책이 있습니다. 1993년에 나온 《Trading for a Living》, 국내판 《심리투자 법칙》입니다. 쓴 사람은 알렉산더 엘더, 정신과 의사이면서 트레이더였습니다.
그런데 이 비유에는 대개 지나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스스로를 묶지 않았습니다.
협곡에는 검치호랑이가 없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무리에 붙는지부터 이야기합니다.
혼자 다니던 사냥꾼은 검치호랑이를 만나면 죽었습니다. 무리에 붙어 있던 쪽이 살아남았고, 그 본능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은 지금도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남들이 다 사는데 혼자 안 사고 있으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이 다 파는데 혼자 들고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판단이 틀릴까 봐 불안한 것과, 혼자라서 불안한 것은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다른 일입니다.
월스트리트의 협곡에는 검치호랑이가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마 자기 금전적 생존을 두려워할 것이다.
이 책은 군중에 섞여 들어간 상태의 징후를 몇 가지 적어 둡니다. 손바닥에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실험실에서라면 냉정하게 데이터를 다뤘을 사람이 그 상태에서는 멍청한 매매를 합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겪어 본 일 하나를 설명합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던졌는데 그 직후에 시장이 돌아서는 경우입니다. 이 책의 설명은 초자연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고통을 같은 시각에 견디던 사람들이 같이 던졌고, 팔 사람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무리 쪽으로 미는가
이 책이 인용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한 사회심리학자가 단순한 것을 물었습니다. 카드에 선 하나를 그려 놓고, 다른 카드의 선 세 개 중에 길이가 같은 것을 고르게 했습니다. 혼자 보면 틀릴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방 안의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실험 협조자였습니다. 그들이 먼저, 한목소리로 틀린 답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진짜 피험자 상당수가 자기 눈으로 본 것 대신 그 답을 따라갔습니다.
이 책이 그 실험을 인용하며 붙인 문장은 이렇습니다. 똑똑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 눈보다 낯선 사람들의 무리를 더 믿는다고요.
"질서의 환상은 질서가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 책의 뒤쪽에 주기를 다루는 대목이 있습니다. 값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보이는 것의 대부분이 잡음이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래도 계속 주기를 찾는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질서의 환상은 질서가 없는 것보다 낫다.
잡음의 비율도, 사람들이 왜 패턴을 찾는지도 이 책이 실험으로 잰 것은 아닙니다. 매매장에서 오래 본 사람의 관찰이고, 앞의 선 실험과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같은 책에 네덜란드 이야기도 잠깐 나옵니다. 사람들이 하던 사업을 접고 튤립 중개인이 되던 시기였고, 은행이 튤립 구근을 대출 담보로 받아 주었습니다.
1987년 10월 이전의 5년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의 다우지수가 하루에 22퍼센트 넘게 빠졌습니다. 하루 낙폭으로는 그때까지도, 그 뒤로도 가장 큰 기록입니다. 그날 아침에 계좌를 열어 본 사람에게는 전날까지의 자산 다섯 중 하나가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그 직전의 5년을 설명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5년 동안 오른 값이 그들에게 하락을 매수 기회로 쓰도록 훈련시켜 놓았다.
훈련이라는 낱말이 정확합니다. 누가 가르친 것이 아니라 결과가 반복되면서 몸에 붙은 반응입니다.
그 반응은 그때까지 옳았습니다. 그게 이 이야기의 어려운 지점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묶지 않았습니다
같은 장면을 다른 쪽에서도 오래 다뤄 왔습니다.

1979년, 철학자 욘 엘스터가 《Ulysses and the Sirens》라는 책을 냅니다. 사람이 불완전하게 합리적이라는 것, 그러니까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그대로 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다룬 책입니다. 그가 정리한 개념이 사전 약정입니다. 유혹이 오기 전에 미리 선택지를 없애거나 벌칙을 걸어 두는 자발적 구속을 뜻합니다.
이 개념은 지금 의학과 생명윤리의 공식 용어입니다. 도박 쪽에는 자기배제라는 제도로 들어가 있습니다. 본인이 신청해 두면 사업자가 그 사람의 출입이나 이용을 거절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구조를 보면 오디세우스와 같습니다. 본인이 참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쪽이 거절합니다.
이 책의 규칙에는 그 다른 쪽이 없습니다. 계획을 적는 사람과 그 계획을 지키는 사람이 같습니다. 어겼는지 판정하는 사람도 그 사람입니다. 돛대는 있는데 묶어 줄 부하가 없습니다.
맑은 날에 해 두는 일
맑은 날에 당신이 매매 계획과 자금 관리 규칙이라는 돛대에 스스로를 묶어 둘 때, 당신은 트레이더로서의 생존을 확보한다.
노래가 들리기 시작한 뒤에는 밧줄을 묶을 수 없습니다. 오디세우스도 항해에 나서기 전에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적어 두는 것과 그 계획을 집행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집행을 맡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대신 누구를 찾아갈까요.
고지: 2026년 9월 작성. 인용한 책은 1993년에 출간된 초판입니다. 사전 약정과 자기배제 제도에 관한 서술은 해당 분야 학술 문헌과 법학 저널에 근거하며, 특정 국가의 현행 제도를 안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매매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매매 규칙과 수치는 원서에 있습니다.
출처: 알렉산더 엘더, 《Trading for a Living》(Wiley, 1993) 15·16·36·37장 / Jon Elster, 《Ulysses and the Sirens》(1979) / Brenna, 「Steering clear of Akrasia」(Bioethic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