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한 손을 1루에서 떼지 않는다

피트가 그를 부르던 이름

1980년대 옵션 피트에서 작은 체구의 트레이더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한 계약이라고 불렀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텔레다인 피트에서, 토니 살리바는 한 번에 한 계약씩 매매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싫어했습니다. 열 계약, 스무 계약짜리 주문을 처리하고 싶은데 그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옵션 플로어는 선착순입니다. 팔 물량이 백 개 있는데 누군가 딱 하나를 먼저 사겠다고 부르면, 두 번째 사람과 아흔아홉 개를 하기 전에 그 하나를 먼저 해줘야 합니다. 브로커가 마음먹고 무시할 수야 있지만 그건 규칙을 어기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한 계약."

가장 심하게 놀린 사람은 그 무리에서 가장 뛰어난 트레이더였습니다. 수백만 달러를 벌었고 당대에 사실상 전설이던 사람입니다. 그가 처음부터 기대고 눌러대며 놀려댔습니다.

그게 거의 1년 동안, 날이면 날마다 이어졌습니다.


그는 왜 늘리지 않았나

1989년에 나온 인터뷰집에서 슈웨거가 그 대목을 짚습니다. 규모를 조금 올리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았느냐고요.

살리바의 답은 조금 어긋나 있습니다. 올리기는 했는데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규모를 키우라고 말해준 사람은 그를 놀리던 트레이더들이 아니라 그의 자금주였습니다. 은행가는 첫 대출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주고, 익숙해지면 규모를 키운다고요.

그러니까 그가 한 계약씩 하고 있던 이유는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방식이 그의 설계였기 때문입니다.

그 설계는 두 겹입니다. 한쪽에는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때 시간이 자기 편으로 작동하는 포지션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그가 폭발 포지션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위험은 한정돼 있고 잠재 이익은 열려 있는 옵션 포지션."

그가 직접 만든 말입니다. 큰 가격 움직임이나 변동성 상승에서 이익이 나고, 반대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깎이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깎이는 비용을, 앞쪽에서 하는 잔잔한 매매로 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날에 거의 벌지 않도록 자기를 짜놓고, 그 대신 아주 드문 날에 크게 벌 자리를 계속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예언자로 만든 기사를 부인했다

1987년 가을에도 그는 같은 모양의 포지션을 짓고 있었습니다. 큰 움직임이 올 것 같았지만 방향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위쪽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붕괴 전 주의 수요일에 시장이 무너졌고, 목요일에는 되튀지 못했고, 금요일에 갈라졌습니다. 그때 그는 아래쪽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금요일에 그가 한 일은 보호용으로 외가격 콜을 사둔 것이었습니다. 내려간다고 확신하면서 오르는 쪽 보험을 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인용한 말이 있습니다.

"살리바, 2루를 훔칠 때는 한 손이 2루에 닿기 전까지 다른 한 손을 1루에서 떼지 않는 법이다."

한 잡지가 그해의 그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시장이 무너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플로어의 혼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무실로 갔다는 식이었습니다. 슈웨거가 그것을 확인하자 살리바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 기사는 완전히 오해를 부르는 글입니다."

잡지를 팔려고 그렇게 쓴 것이고, 자기가 그날 사무실에 있었던 이유는 청산회사가 들고 있던 포지션이 걱정돼서였다고 그는 말합니다. 특히 한 사람이 어마어마한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고 있어서 전화기에 매달려 있었다고요.


2018년 2월 5일, 반대편이 정산된 날

2018년 2월 5일 변동성 지수가 115.6퍼센트 오르고 S&P500이 4.1퍼센트 내렸으며 한 상품이 약 96퍼센트를 잃었음을 보여주는 막대 도해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쌓은 것이 하루에 정산됐습니다.

살리바가 산 것은 꼬리였습니다. 평소에는 값이 깎이고 드문 폭발에서 돌려받는 자리입니다.

그 반대편에 서는 방법도 있습니다. 평소에 조금씩 벌어들이고 폭발이 오면 크게 잃는 자리입니다. 2018년까지 그 자리는 상장 상품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살 수 있었습니다. 변동성이 내려가면 값이 오르도록 설계된 상품들이었습니다.

2018년 2월 2일 금요일,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는 17.31로 마감했습니다.

2월 5일 월요일, 그 지수는 37.32로 마감했습니다. 하루에 115.6퍼센트가 올랐고, 이 지수 역사상 가장 큰 하루 상승이었습니다. 그날 S&P 500은 4.1퍼센트 내렸습니다. 이튿날 장중에는 50.30까지 갔습니다.

변동성이 오르면 잃도록 설계된 그 상품 중 하나는 그날 108.37달러에서 4.22달러가 됐습니다. 약 96퍼센트입니다. 계약에 걸려 있던 조기 상환 조항이 발동했고, 발행사는 주당 5.99달러에 상환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쌓은 것이 하루에 정산됐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를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날 반대편에서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는 확인된 자료가 없어서 쓰지 않겠습니다. 상환을 두고 제기된 소송은 2019년에 각하됐고, 법원은 고의적인 사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살리바의 이야기와 이 날을 겹칠 때 조심할 데가 있습니다. 그가 한 것은 꼬리를 사는 쪽이었고, 이날 지워진 것은 꼬리를 팔던 쪽입니다. 같은 구조의 앞뒷면이지만, 그는 자기 손실의 상한을 알고 있었고 파는 쪽은 그 상한이 없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보험을 갖고 있습니다"

살리바가 자기를 설명하는 문장은 단순합니다. 자기는 언제나 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보험이라는 말이 정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보험료는 대부분의 해에 그냥 나가는 돈입니다.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고, 돌려받는 해는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사는 이유는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한 해를 지나가기 위해서입니다.

그의 매매도 그 모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날에 그가 번 것은 자기 보험료를 대는 정도였습니다.

이건 시장에 걸지 않는 사람도 한 번 값을 매겨볼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매달 치르고 있는 것 중에서, 평소에는 아무 소득이 없고 아주 드문 날에만 의미가 생기는 항목을 골라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항목이 없는 상태로 그 드문 날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한 줄로 적어보면 됩니다.


서른 번째 생일에 그가 한 일

장이 끝난 텅 빈 거래소 플로어를 가로질러 걸어 나가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남자
서른 번째 생일에 그는 플로어를 걸어 나갔습니다.

살리바의 인생 목표 하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백만장자가 되고 은퇴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물다섯이 되기 전에 앞쪽을 이뤘습니다.

1985년 5월 5일, 서른 번째 생일에 그는 플로어를 걸어 나와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은퇴는 넉 달 갔습니다.


그는 매일 무엇을 사고 있었나

대부분의 날에 아무것도 못 버는 설계를 왜 일부러 고를까요.

이 질문이 이상하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손실과 비용을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무것도 못 벌었다면 그날은 허탕입니다. 그런 날이 한 해의 대부분이면 나쁜 한 해입니다.

살리바의 셈법에서는 그 날들이 허탕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깎여나간 값은 폭발이 왔을 때 그 자리에 서 있기 위한 값이었습니다. 보험료가 나가는 달을 손해 본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2018년 2월 5일에 지워진 쪽은 그 셈법을 반대로 쓰고 있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수익으로 계산했고, 그 수익의 대가로 무엇을 내주고 있었는지는 값으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잡히지 않은 그 값이 하루에 한꺼번에 청구된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대부분의 날에 버느냐가 아니라, 매일 무엇을 사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입니다. 살리바는 자기가 매일 무엇을 사는지 알았습니다. 그 값을 스스로 정했고, 그 값이 얼마인지도 알았습니다.

다만 그렇게 사는 데에는 값이 하나 더 붙습니다. 거의 모든 날에 자기가 옳다는 증거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1년 동안 날마다 놀림을 받으면서 한 계약씩 하던 사람이 무엇으로 버텼는지는 이 인터뷰에 나오지 않습니다.


고지: 이 글은 1989년에 출간된 책을 다룹니다. 인용된 시장 상황과 수치는 모두 과거 자료이며, 현재 시장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잭 슈웨거, 《Market Wizards》(1989) 16장 · Cboe Global Markets, VIX 공식 일별 시계열 · Reuters, "Credit Suisse defeats lawsuits over huge US volatility crash" (201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