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식별돼 있었고 뚜렷했다
계단에서 무릎을 꿇은 날

래리 하이트가 상품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찾아낸 것은 단순했습니다. 9월에 돼지 삼겹살을 사서 7월 전에 팔면 거의 언제나 이익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펀드를 만들어 그 매매를 걸었습니다. 통했습니다. 돈이 두 배가 됐습니다. 자기가 천재인 줄 알았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무렵 옥수수 시장을 들여다보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이트는 옥수수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가 아는 것은 삼겹살뿐이었습니다. 친구가 그를 설득해, 새로 수확될 옥수수를 사고 창고에 남은 묵은 옥수수를 팔게 만들었습니다. 한 결제월의 매수를 다른 월의 매도로 상쇄하는 자리였으니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잔뜩 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가 깜짝 놀랄 작황 추정치를 발표했습니다. 그가 사고 있던 월물은 하한가로 내려갔고, 팔고 있던 월물은 상한가로 올라갔습니다.
그는 계단으로 걸어 나가 무릎을 꿇고 소리 내어 말했습니다.
"하느님, 얼마를 잃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계좌가 마이너스로 넘어가지만은 않게 해주십시오."
당시 그는 세련된 국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 탄원을 올리고 있던 바로 그때, 스위스 은행가 한 사람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회사 계단에 무릎을 꿇고 소리 내어 기도하는 젊은 직원을 본 그 은행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하이트는 아직도 궁금하다고 합니다.
그가 그 뒤로 본 것은 무엇인가
이 장면은 1989년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하이트가 직접 털어놓은 것입니다. 지은이 잭 슈웨거가 세계무역센터 꼭대기 식당에서 점심을 겸해 물었고, 그날 창밖은 온통 구름이었습니다.
계단에서 일어난 뒤 하이트가 찾은 것은 더 좋은 예측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잴 수 있는 것과 잴 수 없는 것을 갈랐습니다. 보상은 수치화할 수 없지만 위험은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위험만 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트레이더 중 한 사람이 그를 런던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가 물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나보다 커피를 더 잘 알 수 있소, 나는 배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각국 장관들도 아는 사람이오.
하이트는 자기가 커피를 마시지도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커피를 매매하느냐고 상대가 물었습니다.
"저는 그냥 위험만 봅니다."
그 식사는 몇 시간 이어졌고, 같은 질문과 같은 답이 다섯 번 되풀이됐습니다.
석 달 뒤, 하이트는 그 사람이 커피 시장에서 1억 달러를 날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가 정말로 자기보다 커피를 잘 안다고 하이트는 말합니다. 다만 위험을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못 믿는 쪽으로 설계하기
하이트가 세운 회사가 남들과 다른 점을 슈웨거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요.
어떤 정보를 갖고 있어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그래서 그는 어떤 매매에도 총자본의 1퍼센트가 넘는 위험을 지지 않습니다. 1퍼센트만 걸기 때문에 개별 매매 하나하나에 무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규칙의 내용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것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그의 회사에는 누구도 시스템을 뒤집을 수 없다는 서면 합의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나중에 마음을 바꿀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을 바꿀 권한 자체를 미리 없애둔 것입니다.
전임 최고경영자가 그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매매할 때 금과 코코아를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하이트는 둘 다 1퍼센트짜리 베팅이라 자기에게는 똑같다고 답했습니다. 상대는 격노했습니다.
2020년 7월 15일,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32년 뒤, 어느 은행이 정반대 순서를 밟았습니다.
2019년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케고스라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고객에게 매기는 스와프 증거금률을 7.5퍼센트로 내렸습니다. 같은 종류의 거래에 원래 매기던 것의 절반이 안 되는 값이었습니다. 이듬해 이 고객 물량이 몰린 프라임파이낸싱 스와프 장부의 평균 증거금률은 5.9퍼센트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2020년 7월 15일, 이 고객의 순시나리오 익스포저가 은행이 정해둔 한도의 24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일주일 뒤에는 330퍼센트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계속됐습니다. 이듬해 3월 아케고스가 무너질 때까지, 이 고객은 사실상 매주 한도를 위반한 채로 있었습니다.
그동안 은행이 한 일은 포지션을 줄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너지기 두 주 전, 은행은 이 고객의 큰 매수 포지션 만기를 2년 더 연장해줬습니다. 그다음 두 주 동안에도 새 매수 체결을 허용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이 한 고객에게서 입은 손실은 약 55억 달러였습니다.
이사회가 꾸린 특별위원회가 석 달에 걸쳐 조사한 뒤 낸 보고서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위험 통제와 절차의 구조가 미비했던 상황도, 기존 위험 시스템이 핵심 위험을 식별하지 못한 상황도 아니다. 아케고스의 위험은 식별돼 있었고 뚜렷했다."
같은 보고서는 사기나 불법 행위가 있었던 상황도 아니라고 못 박습니다. 모든 측정 장치가 완벽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핵심 위험을 알아차리기에는 신호가 이미 충분했습니다. 한도 위반은 반복해서 기록됐고, 경보는 울리고 있었지만 포지션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이트가 다룬 것은 자기 회사의 규칙이고, 이 결정들은 여러 층의 승인을 거친 조직의 것입니다. 개인의 결심과 조직의 절차는 같지 않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을 때는 자동차와 다투지 마라"
하이트가 어린애였을 때 첫 오토바이를 얻었습니다. 늘 싸움에 휘말리던 나이 많은 친구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래리, 오토바이를 타고 있을 때는 절대 자동차와 다투지 마라. 네가 진다."
누군가 그에게 헌트 형제가 어떻게 잃을 수 있느냐고 물은 일이 있습니다. 1980년에 은 시장을 손에 넣으려다 무너진 그 형제들 말입니다. 하이트의 답은 액수가 아니라 비율이 위험을 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진 돈의 몇 배어치를 들고 있다면, 수십억 달러짜리 집안이든 천 달러를 가진 개인이든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겁니다.
이건 시장에 걸지 않는 사람도 종이 한 장으로 해볼 수 있는 계산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것 하나를 골라, 최악의 경우 얼마를 잃는지 금액으로 적어보는 겁니다. 퍼센트로 두지 말고 금액으로요. 하이트에게 큰 재산을 모은 친구가 가르쳐준 교훈이 그것이었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알고 있으면 그것이 엄청난 자유를 준다는 것.
아내가 그 기사를 읽고 한 말
「런던 타임스」 기자가 하이트에게 런던 코코아 시장이 앞으로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는 시장을 보지 않고 위험과 보상과 돈을 본다고 답했습니다. 기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하이트 씨는 코코아 시장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다.
영국의 반듯한 집안에서 자란 그의 아내가 그 기사를 읽고 말했습니다. 훌륭하네요. 이제 저는 영영 친정에 못 가겠어요.
재는 일과 움직이는 일
위험을 재는 잣대를 이미 갖고 있는데도 왜 다칠까요.
잣대가 하는 일은 값을 가리키는 것까지입니다. 그 값을 보고 포지션을 줄이는 것은 다른 일이고, 그 일은 사람이 합니다. 아케고스의 경우 앞쪽이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도를 넘겼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그 기록이 포지션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뒤쪽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대개 단순합니다. 지금 줄이면 지금 손해가 나고, 안 줄이면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케고스는 그 사업부에 중요한 수익 고객이었고, 관계를 흔들지 않으려는 압력도 있었습니다.
하이트가 만든 장치는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그의 회사가 서면으로 없앤 것은 위험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을 권한이었습니다. 신호가 나오면 줄인다고 적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때 가서 안 줄이기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위험을 존중한다는 말은 위험을 잘 잰다는 뜻이 아닙니다. 잰 값이 나왔을 때 손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미리 만들어둔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것은 하이트가 자기 회사에서 자기 손을 묶은 이야기입니다. 승인 단계가 여러 층인 조직에서 같은 장치를 세우려면, 묶어야 할 손이 몇 개인지부터 세어야 합니다.
다만 그렇게 만들어둔 사람에게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잣대가 널리 퍼지면 사람들이 같은 값을 보고 같은 자리에서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위험을 피하게 됩니다. 다만 피한다고 그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잣대가 잘 보지 못하는 쪽으로 옮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지: 이 글은 1989년에 출간된 책을 다룹니다. 인용된 시장 상황과 수치는 모두 과거 자료이며, 현재 시장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잭 슈웨거, 《Market Wizards》(1989) 7장 · Credit Suisse Group AG, Special Committee of the Board of Directors Report on Archegos Capital Management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