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 연속으로 잃은 사람이 남긴 것
시세판이 떨어지는 걸 그냥 보고 있었다

스물넷의 마이클 마커스는 증권사 사무실에 앉아 옥수수 시세판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전 재산을 그 화면 안에 넣어두고 있었습니다. 자기 돈 3만 달러에 어머니에게 빌린 2만 달러를 보태, 증거금 5만 달러로 살 수 있는 최대 계약 수의 옥수수와 밀을 사둔 참이었습니다.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와야 한다고 느꼈지만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완전히 마비돼 있었습니다."
잭 슈웨거가 1989년에 낸 인터뷰집 《시장의 마법사들》은 이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당대 최고의 트레이더 열일곱 명을 만나 물은 책인데, 첫 인터뷰 상대가 마커스였습니다.
시장은 그날 하한가에 잠겼습니다. 하한가에 잠긴다는 것은 팔려는 쪽만 남고 사려는 쪽이 사라져 거래가 사실상 멈춘다는 뜻입니다. 그는 밤새 생각할 시간을 얻었지만, 정작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시초가에 전부 정리했습니다.
이때 그는 이미 여덟 번을 연달아 잃은 뒤였습니다. 그리고 이 뒤로도 몇 번을 더 잃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매번 돌아왔습니다. 이 책은 그가 나중에 열 해 동안 회사 계좌를 2,500배로 불렸다고 적고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사라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물어볼 것이 하나 남습니다. 잃고 난 다음에 무엇이 달랐는가.
여덟 번을 잃고 나서 그는 무엇을 했나
마커스가 시장에 들어온 경위부터가 그리 미덥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존이라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2주마다 시계처럼 정확하게 돈을 두 배로 불려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마커스는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매력적인 이야기라 사실을 너무 많이 알아내서 김을 빼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나중에 말합니다.
존은 주급 30달러를 받고 매매를 자문했고, 한 번도 자기 돈을 넣지 않았습니다. 둘이 함께한 다섯 번이 전부 손실이었습니다. 존이 떠난 뒤 혼자 한 세 번도 전부 손실이었습니다.
"처음 여덟 번의 거래가 전부 손실이었습니다."
보통은 이쯤에서 그만둡니다. 마커스는 열다섯 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생명보험을 해약해 3,000달러를 손에 쥐었습니다. 어머니가 반대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그는 다시 매매하기 전에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밀과 대두에 관한 책을 구해 읽었고, 매매 추천이 실린 시황 레터를 구독했습니다. 첫 추천이 통했습니다. 200달러를 벌었습니다. 첫 승리였고 아주 짜릿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여덟 번을 잃고 나서야 그는 읽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그 봄을 한 줄로 정리했다
1970년 여름, 마름병이 미국 옥수수 작황을 초토화했습니다. 마커스는 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옥수수를 사뒀습니다. 순전히 운이었다고 그 자신이 말합니다. 그 영광스러운 여름이 끝났을 때 그의 계좌에는 3만 달러가 있었습니다. 중산층 가정 출신인 그에게는 왕후장상의 돈이었습니다.
이듬해 봄, 시장에 설이 돌았습니다. 마름병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아 옥수수를 다시 덮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걸겠다고 그는 마음먹었습니다. 어머니에게 2만 달러를 빌려 5만 달러를 만들고, 그 전부를 마름병에 걸었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시장이 버텼습니다. 공포가 값을 지탱할 만큼은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립니다.
"중서부 옥수수밭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바닥에 마름병이 더 많다"
옥수수는 그날 큰 폭으로 내린 채 출발해 곧 하한가로 잠겼습니다. 마커스는 화면 앞에서 마비된 채 그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이 매매를 두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나하나 짚습니다. 남의 판단에 자기 전부를 실었고, 빌린 돈을 보탰고, 나와야 한다고 느낀 순간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라진과 지하철

정작 그를 가장 깊이 무너뜨린 매매는 따로 있습니다.
몇 해 뒤 대두가 3.25달러에서 12달러 가까이 가는 대단한 강세장이 있었습니다. 마커스는 그 안에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이익을 실현하고 전부 빠져나왔습니다. 추세와 함께 있는 대신 영리하게 굴려고 한 것입니다. 같은 회사에 에드 세이코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로 매매 신호를 만들던 초창기 인물인데, 그는 추세가 바뀌지 않는 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이코타는 안에 있었고 마커스는 밖에 있었습니다.
대두는 그 뒤 12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갔습니다. 마커스는 매일 아침 출근이 두려웠다고 말합니다. 오늘도 대두가 상한가 호가에 잠겨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사무실 문을 열어야 했으니까요.
너무 괴로워서 그는 신경안정제를 먹었습니다. 듣지 않자 누군가 더 센 것을 알려줬습니다. 토라진(Thorazine)이었습니다. 그 약을 먹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문이 닫히려는 순간 몸이 풀리며 쓰러졌습니다.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 현관에서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그날 그는 결근했습니다. 자기 매매 인생의 최저점이었다고 그는 적어두고 있습니다.
이때 그가 잃은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그는 이익을 실현했습니다. 계좌는 늘어 있었습니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손실이 아니라, 자기가 빠져나온 추세 안에 세이코타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은행이 나라보다 아홉 배 컸다

마커스가 화면 앞에서 마비돼 있던 그 몇 시간을, 나라 단위로 늘려놓은 것 같은 일이 2008년 가을에 있었습니다.
그해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세 은행이 한 주 만에 동시에 무너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이 나중에 남긴 사후 평가 문서에 그 규모가 적혀 있습니다. 세 곳을 합치면 아이슬란드 은행의 85퍼센트였고, 자산은 그 나라가 한 해 버는 것의 아홉 배였습니다.
이때 아이슬란드가 고른 길은 당시 여러 나라와 달랐습니다. 무너진 은행의 채무와 손실을 국가가 통째로 떠안는 방식으로는 살려내지 않았습니다. 실패한 은행을 신·구로 쪼개고, 예금자와 예금보험의 청구권을 다른 채권자보다 앞세웠습니다. 자본을 묶어 시간을 벌었습니다. 국내 금융 기능은 남긴 채 손실을 정리하는 쪽으로 간 것입니다.
대가는 작지 않았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실질 국내총생산이 10.5퍼센트, 내수는 23퍼센트 줄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8월,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의 마지막 검토가 끝납니다.
깔끔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예금 보상을 둘러싼 분쟁은 두 차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고 결국 법정으로 갔습니다. 자본 통제 역시 국제통화기금이 예외적으로 인정했을 뿐, 권장한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결정을 내린 사람들과 그 대가를 치른 사람들도 같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곳마다 집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시기를 다 지나 크게 성공한 뒤, 그는 집을 열 채 샀습니다. 전세기를 탔습니다. 번 돈을 셋으로 나눠 부동산과 다른 투자와 매매에 배분했는데, 결과적으로 번 돈의 절반 이상을 매매가 아닌 곳에서 잃었습니다. 집 열 채는 대부분 비어 있었습니다.
그가 그 시절을 돌아보며 한 말이 이겁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곳마다 집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무엇을 그만두었는가
여덟 번을 연달아 잃은 사람과 아홉 배짜리 은행을 잃은 나라 사이에는 닮은 데가 별로 없습니다. 둘 다 같은 자리에 섰다는 것만 빼면요.
마커스는 매매를 계속했습니다. 남의 판단에 전부를 싣는 일과 빌린 돈을 보태는 일을 접었을 뿐입니다. 아이슬란드도 은행업을 계속했습니다. 나라 경제의 아홉 배까지 불어난 은행을 그대로 되살리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돌아오지 못한 쪽이 무엇을 했는지는 이 글의 자료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돌아온 쪽은 잃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하나 내려놨습니다. 규모를 줄였든, 방식을 바꿨든, 남에게 맡기던 것을 거뒀든.
그러니 손실의 크기를 세는 습관은 별 쓸모가 없습니다. 세어야 하는 것은 그 손실 뒤에 자기가 무엇을 그만뒀는가 쪽입니다. 아무것도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엇을 그만둘지 아는 방법은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또 한 사람은 그것을 세계 곳곳의 정치와 정책을 읽어서 알아냈습니다.
고지: 이 글은 1989년에 출간된 책을 다룹니다. 인용된 시장 상황과 수치는 모두 과거 자료이며, 현재 시장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잭 슈웨거, 《Market Wizards》(1989) 1장 · 국제통화기금 《Iceland: Ex Post Evaluation of Exceptional Access Under the 2008 Stand-By Arrangement》(IMF Country Report No. 12/91,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