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가격조차 알려주지 마십시오

브로커가 세 번 물었고 세 번 거절당했다

1982년 사무실 책상 위 전화기와 거의 백지인 메모지
브로커가 세 번 물었고 세 번 거절당했습니다.

1982년 말, 짐 로저스는 독일 주식을 사려고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종목 이름을 불러주고 사달라고 했습니다. 브로커가 물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뭘 할까요.

주식을 사고 체결확인서를 보내달라고 로저스가 답했습니다. 브로커가 다시 물었습니다. 리서치 자료를 보내드릴까요. 제발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의견을 보내드릴까요. 아니요, 하지 마십시오.

브로커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가격을 전화로 알려드릴까요.

"아니요, 가격조차 주지 마십시오. 그러면 이 주식들이 두 배, 세 배가 된 것을 보는 순간 팔고 싶은 유혹이 생길 테니까요."

그는 최소 3년은 들고 있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두세 세대 만에 처음 오는 최대의 강세장이 곧 시작될 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브로커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고 로저스는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1982년 말에 사서 1985년 말에서 1986년 초에 걸쳐 정리했습니다.


그는 왜 자기를 트레이더라고 부르지 않는가

1989년에 나온 인터뷰집에 그의 첫마디가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자기는 스스로를 트레이더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어가 무슨 표현을 쓰든 그는 그 말을 계속 밀어냅니다.

대신 그가 자기를 부르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람.

"할 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투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규칙이 그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늘 판에 끼어 있어야 하고, 한 판 크게 벌고 나면 서둘러 나가 그 돈으로 또 뭔가를 해야만 합니다. 잃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잃었으니 되찾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 그의 답입니다. 그는 돈이 구석에 놓여 있어서 걸어가 줍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독일이 싸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었나

1982년의 독일에는 두 가지가 겹쳐 있었습니다.

하나는 값입니다. 독일 시장은 1961년의 사상 최고가 이후 21년 동안 어떤 종류의 강세장도 겪지 않았습니다. 1962년에 무너졌고 그 뒤로는 사실상 옆으로만 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독일 경제는 호황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로저스가 촉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값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1971년에 살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미국이 대형 강세장을 지나는 동안 독일 주식이 10년을 주저앉아 있는 것을 지켜봤을 겁니다.

1982년의 촉매는 다가오는 총선이었습니다. 야당인 기민당의 강령이 투자를 장려하도록 설계돼 있었고, 많은 독일 기업이 보수 승리를 예상하고 그해 설비투자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보수가 이기면 눌려 있던 자본투자가 터져 나올 것이었습니다.

보수가 이겼고, 시장은 그날 폭발했습니다.


2015년까지 그 시장은 살 수가 없었다

살 수 없던 시장이 열리기까지의 연도를 짚은 흐름 도해
2015년까지 그 시장은 살 수가 없었습니다.

로저스가 독일에서 마주한 것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닿을 수가 없는 시장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다울 거래소가 그랬습니다. 2015년까지 외국 기관은 사우디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스왑이나 P노트 같은 파생상품을 거쳐 간접적으로만 닿을 수 있었습니다. 값이 싼지 비싼지를 따지기 전에, 사려면 우회로를 통해야 하는 시장이었습니다.

그 문이 몇 해에 걸쳐 열립니다. 2015년, 사우디 자본시장청이 적격외국투자자 규정을 만들어 직접 보유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 뒤로는 요건을 두 차례 더 낮췄고, 결제 방식부터 종가를 정하는 방법까지 바깥에서 들어오는 돈이 걸릴 만한 것들을 하나씩 손봤습니다.

2018년 6월 20일, MSCI가 사우디 시장의 분류를 단독 분류에서 신흥국으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문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국제 투자자들은 사우디 주식시장 접근성이 바뀌는 속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여기서 몇 가지를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같은 해 같은 심사에서 아르헨티나도 프런티어에서 신흥국으로 올라갔으니, 사우디만 특별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수에 편입된 뒤 그 시장이 얼마를 벌어줬는지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확인해둔 사실은 접근이 열렸고 분류가 바뀌었다는 데까지입니다.

두 이야기를 겹칠 때도 조심할 데가 있습니다. 로저스는 직접 가서 보고 값을 매겼습니다. 지수 편입은 값을 매기는 일이 아니라, 그 지수를 따라가는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앞은 가치를 찾는 쪽이고 뒤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쪽이라, 같은 「열렸다」라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릅니다.


"그 당시에 무엇을 볼 수 있었겠나?"

로저스가 컬럼비아에서 가르치던 과목을 학생들은 「황소와 곰」이라고 불렀습니다.

과제는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 크게 움직인 시장을 하나 찾아올 것. 오른 것이든 내린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 큰 움직임이 오는 것을 보려면 그 당시에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를 말할 것.

학생들이 전쟁이 일어날 참이었으니 오를 줄 알았다고 답하면, 그는 다시 묻습니다. 그 당시에 전쟁이 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

"그 당시에 무엇을 볼 수 있었겠나?"

고무가 2센트일 때 모두가 고무가 어떻게 오르겠느냐고 말했고, 고무는 열두 배가 됐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봤습니다.

이건 시장에 걸지 않는 사람도 종이 한 장으로 해볼 수 있는 과제입니다. 최근 몇 해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을 하나 고릅니다. 값이든 동네든 직업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달라지기 전에 알 수 있었던 것을 적어보면 됩니다. 대개 두 종류가 나옵니다. 그때 이미 공개돼 있었지만 안 본 것과, 그때는 알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실업자"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구겨진 리넨 정장을 입은 남자가 한낮 공원 벤치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
실업자라는 말이 더 좋다고 그는 말합니다.

로저스는 1980년에 퀀텀 펀드를 떠났습니다. 그 뒤로 뭘 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은퇴했다고 답합니다.

독립 트레이더가 된 것이냐고 슈웨거가 되묻자, 그가 정말로 선호하는 표현은 「실업자」라고 했습니다.

컬럼비아에서 가르치고 있지 않느냐고 하자 그것도 실업자라고 답했습니다. 1983년에 시간제로 시작한 일인데, 스쿼시를 치려고 그랬다고 합니다.


싼 것과 안 보이는 것

싼 것과 안 보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싼 것은 값의 문제입니다. 값이 매겨져 있고, 그 값이 낮고, 누구나 그 값을 볼 수 있습니다. 안 보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입니다. 1982년의 독일이 그랬습니다. 값은 거기 있었고 21년 동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안 보이는 것은 접근의 문제입니다. 2015년 이전의 사우디 주식에도 값은 매겨져 있었지만, 대부분의 외국 기관에게 그 값은 직접 살 수 있는 값이 아니었습니다. 살 수 없는 값은 값으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섞으면 값을 잘못 읽게 됩니다. 관심이 없어서 싼 것은 관심이 돌아오면 오르지만, 살 수 없어서 눌려 있던 것은 살 수 있게 되는 순간 이유가 사라집니다. 앞의 경우에는 무엇이 관심을 돌려놓을지를 물어야 하고, 뒤의 경우에는 문이 언제 열리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로저스가 촉매라고 부른 것은 앞쪽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다만 문이 열렸다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것과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른 일이고, 언제 들어갈지는 문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고지: 이 글은 1989년에 출간된 책을 다룹니다. 인용된 시장 상황과 수치는 모두 과거 자료이며, 현재 시장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잭 슈웨거, 《Market Wizards》(1989) 12장 · MSCI, "Results of MSCI 2018 Market Classification Review" (2018-06-20) · 사우디 자본시장청(CMA) 보도자료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