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대로는 없다

일곱 주

2026년 6월 22일, 코스피는 9,114.55로 마감했습니다. 사상 최고였습니다.
3주 뒤인 7월 14일 종가는 6,856.83이었습니다. 고점 대비 24.7% 아래입니다. 그 사이 많이 올랐던 것이 더 많이 빠졌습니다.
7월 31일에는 하루에 17.91%가 올랐습니다. 1980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었습니다. 그날 개인은 8조 2,543억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7조 2,196억을 순매수했습니다. 나흘 뒤인 8월 4일에는 개인이 순매수로 돌아섰습니다.
8월 13일 코스피는 3.56% 올라 6,813.34로 마감했습니다.
일곱 주였습니다. 사상 최고에서 4분의 1 가까운 하락으로, 다시 46년 만의 최대 상승으로, 그리고 회복으로. 1923년에 나온 한 책의 화자가 20년에 걸쳐 네 번 겪은 일이 여기서는 한 번에 다 일어났습니다.
그 책은 무엇으로 끝나는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기자 에드윈 르페브르가 회고 형식으로 쓴 책이고, 화자는 래리 리빙스턴, 모델은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였습니다.
앞의 스물세 장 동안 그는 네 번 파산하고 네 번 돌아옵니다. 열네 살에 시세판 사환으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되고, 100만 달러 넘는 빚을 지고 파산을 신청하고, 그 빚을 전액 갚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알아낸 것들이 장마다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장이 정리와 조언으로 끝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24장은 그러지 않습니다.
24장에서 화자가 다루는 것은 자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황 서한이 왜 늘 어긋나는지, 내부자가 중개인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는지, 왜 자본금을 쪼개서 주식을 더 팔기 쉽게 만드는지 같은, 판이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그중 한 대목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실용적인 관찰일지도 모릅니다.
트레이더는 멀리 내다보아야 하지만 중개인은 지금 수수료를 얻는 데 관심이 있다. 여기에 평범한 시황 서한의 피할 수 없는 오류가 있다.
누구를 나쁘게 말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간 위에 서 있다는 관찰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선의로 없앨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 책이 마지막에 놓은 것은 자기 이야기의 요약이 아니라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였습니다. 왜 그렇게 끝냈는지는 그다음에 오는 대목에서 드러납니다.
벌을 받지 않는 쪽
24장이 가장 강하게 미는 것은 제안 하나입니다.
법은 어떤 회사의 신용에 해가 되도록 계산된 소문을 퍼뜨린 자를 벌합니다. 대중이 팔게 만들어 값을 떨어뜨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반대쪽에는 그런 법이 없습니다.
그러면 대중은 주식을 실제 가치 위에서 사는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보호받는가? 정당하지 않은 강세 기사를 배포한 자는 누가 벌하는가?
아무도 벌하지 않는다.
그는 여기에 반론까지 미리 적어 뒀습니다. 발기인과 조작자들은 소문으로 매매하는 사람이 자기 손실을 자기 탓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그 반론을 이렇게 받습니다.
그것은 마약에 중독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훨씬 작은 것입니다. 이름을 쓰게 하라는 것.
강세 기사에 서명한다고 그것이 반드시 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부자」와 「이사」를 더 조심하게 만들 것이다.
참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나중에 대조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책의 결론이 조언이 아닌 이유가 여기서 한 번 드러납니다. 그는 무엇이 참인지 알려 주는 대신, 참인지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고 말합니다.
백 년이 똑같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둬야 합니다.
1923년의 책이 그린 구조가 그 뒤로 여러 번 다시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똑같이 반복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결말이 갈린 쪽이 더 많습니다.
2019년 독일에서는 한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고, 이듬해 그 회사에서 19억 유로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매도한 쪽이 옳았습니다. 2021년 미국에서는 반대였습니다. 크게 공매도된 종목의 값이 급등해 공매도한 쪽이 크게 잃었습니다.
2000년 3월에는 시장이 실체 없이 올랐다고 판단한 운용자가 자기 펀드를 청산했습니다. 판단은 맞았고, 지수는 몇 주 뒤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반면 이 책의 화자는 여러 번 틀리고도 남아 있었습니다.
1998년에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세운 펀드가 무너졌는데, 그들이 걸었던 방향은 결국 맞았습니다. 시간이 모자랐을 뿐입니다.
그러니 「역사는 반복된다」는 문장은 이 책에서 나온 결론이 아닙니다. 24장이 남긴 것은 그보다 좁습니다. 사람들이 과거의 실수를 다시 저지르리라는 가정 위에서 판이 설계된다는 것. 무엇이 반복되는지는 판의 설계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반복되었나
판의 설계라는 말은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이 책이 스물네 장에 걸쳐 그려 놓은 것을 모으면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손님이 이기기 시작하면 판을 만든 쪽이 조건을 바꿉니다. 백 년 전 시세에 돈을 걸던 가게들은 증거금을 올리고 값에 웃돈을 얹다가 결국 거래를 아예 거절했습니다. 그 가게들이 손님의 반대편에 서 있었으니 손님이 이기는 것은 곧 가게가 지는 것이었습니다.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규칙이 원래 그렇게 생겨 있었습니다.
값이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도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내리기 시작하면 하루 만에 설명이 도착하는데, 그 설명에는 대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익명의 낙관을 벌하는 법이 없다는 24장의 지적과, 이 책이 옮겨 적은 그 시절 속보들이 하나같이 익명이었다는 사실은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판단은 조용히 넘어갑니다. 숫자를 들고 온 사람, 호의를 베푼 사람, 부탁을 하러 온 사람. 셋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됐고, 어느 대목에서 넘어갔는지는 어디에도 남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에 남은 것은 금액과 날짜와 서명뿐이었습니다.
이것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바뀐 것은 속도입니다. 백 년 전 소문이 전국에 퍼지려면 신문 지면과 몇 달이 필요했습니다. 2023년 미국의 한 은행에서는 예금이 빠져나가는 데 열 시간이 걸렸고, 그 하루치가 그때까지 가장 컸던 인출의 열흘치보다 많았습니다.
빨라진 것을 두고 위험해졌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다만 이 책이 가리키는 것은 그쪽이 아닙니다. 빨라진 만큼 확인할 시간이 줄었다는 것, 그래서 어디서 온 말인지 되짚어 볼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사슬은 짧아진 것이 아니라 같은 길이를 더 빨리 지나갑니다.
아스팔트 대로는 없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성공으로 가는 아스팔트 대로는 없다. 그런데 왜 굳이 길까지 막는가?
앞부분은 흔한 말입니다. 지름길이 없다는 것. 그런데 뒷부분이 문장을 다르게 만듭니다. 지름길이 없다는 사실과, 있는 길마저 막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24장이 내내 이야기한 것이 그 막힌 길이었습니다. 이름 없이 나가는 낙관, 팔 물건을 사라고 권하는 시황 서한, 값이 오를 때는 아무도 말하지 않다가 내릴 때만 도착하는 설명. 그것들은 성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판단 자체를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조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끝까지 읽어도 무엇을 사라거나 팔라는 말이 없고,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오라는 규칙도 없습니다. 마지막 문장조차 대답이 아니라 되물음입니다.
일곱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숫자로 남아 있습니다. 6월 22일의 고점, 3주 만의 24.7%, 7월 31일의 17.91%, 그날의 8조. 그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것은 그 사이에 각자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는가입니다. 그건 어느 표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가 스물세 장에 걸쳐 자기 실패를 그렇게 자세히 적어 둔 이유도 아마 그것이었을 겁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남는 것은 결과뿐이니까요.
그가 적어 둔 것들을 다시 보면 대부분 답이 아니라 질문의 형태입니다. 왜 옳았는데 잃었는가. 왜 기다리지 못했는가. 왜 저 사람의 말을 들었는가. 그 질문들에 그는 매번 답을 달았지만, 그 답이 다음번에도 통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끝나지 않고 멈춥니다. 스물네 장을 다 읽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규칙 목록이 아니라 되물음 하나라는 것이, 이 책이 백 년을 살아남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규칙이었다면 진작 낡았을 테니까요.
이 편이 다룬 사건 — 2026년 여름 코스피
2026년 6월 22일 코스피는 9,114.5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3주 뒤인 7월 14일 종가는 6,856.83으로 고점 대비 24.7%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상승기에 261.7% 올랐던 종목이 34.4%, 111.4% 올랐던 종목이 25.6% 하락했으며, 증권가는 이를 차익실현 국면으로 설명했습니다.
7월 31일 코스피는 17.91% 상승해 6,595.45로 마감했고, 이는 198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입니다. 같은 날 개인은 8조 2,543억 원을 순매도(역대 최대), 외국인은 7조 2,196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8월 4일에는 개인이 8,184억 원 순매수로 전환했고, 8월 13일 코스피는 3.56% 올라 6,813.34로 마감했습니다.
이 글에 쓰인 것은 지수·수급·종목별 등락률까지입니다. 각 국면의 원인, 특히 매매 주체별 자금 이동의 이유는 공개 자료로 확정되지 않으며, 이 글은 그 판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책의 화자에게 모델이 된 인물의 이후 행적은 책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는 1929년 하락에서 크게 벌었고, 몇 해 뒤 다시 파산했으며, 1940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금액은 자료마다 달라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책의 마지막 문장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별개의 기록입니다.
본문에서 인용한 2023년 예금 인출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건입니다. 2023년 3월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의 인출 요청이 접수됐고,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2008년 워싱턴뮤추얼의 인출은 열흘간 167억 달러였습니다.
참고: 파이낸셜뉴스 2026-07-14 · 이코노미스트 2026-06-22 · 서울신문 2026-08-04 · 뉴스핌 2026-08-13 · Fortune 2023-03-11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습니다. 본문의 사건과 수치는 이미 확정된 과거 자료이며 전망·예측을 담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에드윈 르페브르,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1923) 24장 · 시장 자료: 파이낸셜뉴스, 이코노미스트, 서울신문, 뉴스핌 (2026년), Fortune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