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255에서 12까지

석조 건물 정면의 위쪽 삼분의 이가 하늘로 녹아 사라지고 아래쪽만 남아 있다. 길가에 작은 사람들이 올려다보고 있다
가장 안전한 투자로 통했습니다.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1902년 주가와 그 뒤의 주가를 나란히 놓은 막대 도해
그 사이에 설명은 계속 붙었다.

1902년, 뉴욕 뉴헤이븐 앤드 하트퍼드 철도의 주식은 25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로 통했고, 그 지역 사람들은 그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로 자기 체면을 쟀습니다.

그 회사가 지급 불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기자 에드윈 르페브르가 1923년에 회고 형식으로 쓴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23장에 그 답이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래리 리빙스턴이라는 화자이고 모델은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였습니다.

그 말 때문에 감옥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미치광이들과 함께 정신병원에 처넣었을 것이다.

그 주식은 12달러가 됐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시장에는 설명이 계속 붙었습니다. 다만 그 설명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켰는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한마디 하지 않는다

23장은 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을 국면별로 따라갑니다. 화자가 그린 순서는 이렇습니다.

어떤 회사가 침체기를 지나 조용히 있습니다. 주가는 활발하지 않고, 그 값은 그 회사의 실제 가치에 대한 대체로 정확한 믿음을 나타냅니다. 너무 싸면 누군가 사서 오를 테고 너무 비싸면 누군가 팔아 내릴 텐데, 아무 일도 없으니 아무도 그 회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업황에 전환이 옵니다. 수익이 늘고, 배당을 재개하거나 올릴 처지가 됩니다. 주식의 가치가 실제로 올라가는 겁니다.

이때 회사가 그 사실을 공표할까요. 사장이 주주들에게 알릴까요. 이사 중 누군가 서명한 진술을 낼까요.

이번에는 아니다. 누구도 한마디 하지 않고 신문도 티커도 아무 진술을 인쇄하지 않는다.

그 대신 화자가 적은 것이 이 장에서 가장 서늘한 한 줄입니다.

가치를 만드는 정보는 대중에게서 조심스럽게 감춰지고, 이제 과묵해진 「저명한 내부자들」은 시장에 들어가 손닿는 대로 싼 주식을 다 산다.

기자들이 상승의 이유를 물으면 내부자들은 만장일치로 답합니다. 내놓을 소식이 없다고. 상승에 무슨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소음이 시작된다

두꺼운 커튼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접힌 종이 한 장을 내밀고 있다.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이름을 걸면 나중에 대조당합니다.

아는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다 사들인 날이 옵니다.

그러면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티커는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가 고비를 넘겼다고 알립니다. 상승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름을 빼 달라던 바로 그 이사가, 이번에도 이름 없이, 주주들이 전망을 크게 낙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됩니다.

배당이 실제로 오르면 기사는 수가 늘고 더 열광적이 됩니다. 주요 이사는 개선이 계속되고도 남는다고 밝히고, 저명한 내부자는 수익이 그야말로 경이롭다고 털어놓고, 잘 알려진 은행가는 매출 증가가 그 업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느 경우에도 그 소통하는 박애주의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화자가 실제로 인용한 그날의 속보 한 줄은 이렇습니다. 한 유력 은행가는 아직 하락 시장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세 가지를 묻습니다. 정말 그렇게 말했는가. 말했다면 왜 말했는가. 왜 자기 이름을 인쇄하도록 허락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번엔 기습이라고 한다

회사 사업이 나쁜 쪽으로 돌아섭니다.

내부자들이 경고를 내놓을까요. 좋아졌을 때 나팔 없이 샀듯이, 이번에도 조용히 팝니다. 주가는 자연히 내려갑니다.

그리고 여기서 설명이 다시 등장합니다. 한동안 내려가던 주식이 어느 날 날카롭게 무너지면 이유를 대라는 요구가 커지고, 뉴스 티커는 이런 것을 인쇄합니다.

회사의 저명한 이사에게 주식 약세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오늘의 하락이 하락 몰이 때문이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바탕 여건은 변하지 않았다. 회사 사업은 지금보다 좋았던 적이 없으며 (…) 주식의 약세는 분명 약하게 들린 물량을 떨어내려는 기습이었다.

화자는 이 대목에서 손실이 두 종류라고 짚습니다. 하나는 강세 기사를 믿고 산 손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강세 진술을 믿고 주식을 사서 대중이 입는 손실에 더해, 팔지 못하도록 설득당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

기습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이면 팔 이유가 사라집니다. 하락이 부당한 것이라면 곧 되돌아올 테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기다립니다.


기습이 하락을 만든 적은 없다

23장의 핵심 문장은 화자 자신의 관찰입니다.

나는 내 몫의 매매를 했고 여러 해 주식시장을 제법 잘 좇아 왔다. 그런데 하락 기습이 어떤 주식을 크게 내리게 만든 사례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이어 붙인 설명은 논리적입니다. 하락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 주식은 곧 실제 가치보다 싸질 것이고, 그러면 아는 사람들이 사들여서 하락이 멈춥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살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래 이어지는 하락의 진짜 이유는 결코 하락 기습이 아니다. 주식이 계속 내려간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데 걸어도 좋다.

뉴 헤이븐이 그 사례였습니다. 200만 달러에 산 전차 시스템이 1,000만 달러에 그 철도로 넘어갔고, 경영이 무모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그때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값이 255든 25든 그 주식에는 너무 높았다는 것을 내부자는 알았고 대중은 몰랐습니다.


디컨 화이트가 던진 질문

그렇다면 밖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책 7장에 한 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디컨 화이트라는 노장 큰손에게 어느 날 아는 사람이 흥분해서 뛰어들어 왔습니다. 설탕 회사 사장이 직접 그 주식을 사고 있다는 정보를 가져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컨은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본 대로 말하고 있다는 것도,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정보를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정보가 참인지 묻지 않고, 참이라면 시장에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누군가 정말로 그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면, 물량이 나와도 값이 밀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시장에 그것을 물어봤습니다. 팔아 보는 방식으로요.

물량이 흡수됐습니다. 값이 밀리지 않았습니다. 디컨은 자기 자리를 뒤집고 그 주식을 샀습니다. 그가 정보상에게 한 설명이 이렇습니다.

당신이 말한 그 방식으로 누군가 정말 이 주식을 사고 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었고, 그것이 내가 한 일이오.

그러고는 그 정보 값으로 500주를 그의 몫으로 떼어 줬습니다. 정보상은 인사 대신 이렇게 말하고 나갔습니다. 파실 때 제 것도 같이 팔아 주시겠습니까. 제가 아는 게 생각만큼 많지 않네요.


2019년 2월 18일

공매도가 금지된 시점부터 회사가 도산을 신청하기까지를 세 단계로 이은 도해
옳았다는 것은 이듬해에 알려졌다. 그 시점에는 아무도 확정할 수 없었다.

100년 뒤 독일에서, 하락에 이유를 붙이는 일이 한 번 더 있었습니다.

와이어카드는 독일의 결제 기술 회사였고 한때 독일 대표 우량주 지수에 들어 있었습니다. 2019년 초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회사의 회계에 대한 의혹을 연속 보도하기 시작했고, 주가가 흔들렸습니다.

2019년 2월 18일, 독일 금융감독청은 와이어카드 한 종목에 대한 신규 공매도와 순공매도 확대를 두 달간 금지했습니다. 개별 종목을 대상으로 한 조치는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유럽 감독기구가 남긴 기록에 사유가 적혀 있습니다.

와이어카드와 관련된 현재 정황은 독일 시장 신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구성하는 부정적 사건 또는 전개다.

같은 시기 그 감독청은 이 회사를 취재하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들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2020년 6월 22일, 회사는 19억 유로의 잔고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흘 뒤 도산을 신청했고 최고경영자는 사임 뒤 체포됐습니다.

하락에 이유가 필요했던 자리에 공매도가 놓였고, 정작 그 자리에 있던 것은 회사였습니다.


지목된 것과 움직인 것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공매도가 지목되면 언제나 누명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1년 초 미국에서는 반대 방향의 일이 있었습니다. 유통 주식보다 많은 물량이 공매도된 종목의 값이 급등하면서, 공매도한 쪽이 크게 잃고 그 포지션을 정리하느라 값이 더 올랐습니다. 그때는 지목된 것과 움직인 것이 상당 부분 겹쳤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공매도가 옳았느냐 틀렸느냐입니다. 그리고 그건 그 시점에는 아무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와이어카드에서 공매도한 쪽이 옳았다는 것은 이듬해 6월에 알려졌지, 2019년 2월에 알려진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23장이 남긴 규칙은 「공매도를 탓하지 마라」가 아닙니다. 그보다 좁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설명이 붙는 속도를 보라는 것입니다. 값이 오를 때는 이유를 아무도 말하지 않다가, 값이 내릴 때는 하루 만에 설명이 도착합니다. 그 비대칭 자체가 정보입니다. 화자가 인용한 그 속보들이 하나같이 익명이었던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이름을 걸면 나중에 대조당하니까요.

그리고 디컨 화이트가 한 일이 그 자리에 놓입니다. 그는 설명을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이 참이라면 남아 있어야 할 흔적을 찾았을 뿐입니다.

그 방법에는 이름이 필요 없습니다. 익명의 이사도, 유력 은행가도, 믿을 만한 소식통도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설명이 참일 경우 시장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미리 정해 두고, 그것이 실제로 있는지 보는 일뿐입니다.

1902년의 뉴 헤이븐에도 그 흔적은 있었습니다. 200만 달러짜리 전차 시스템이 1,000만 달러에 넘어간 기록이 남아 있었고, 그것을 읽고 경영이 무모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흔적이 없어서 못 본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설명이 훨씬 편안했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아니라 흔적을 보는 쪽으로 눈을 옮기면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지목된 것이 아니라면 그 값을 실제로 움직인 것은 무엇인가.


이 편이 다룬 사건 — 와이어카드 공매도 금지

2019년 2월 18일부터 4월 18일까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와이어카드(Wirecard) 주식에 대한 신규 순공매도 포지션 설정과 기존 포지션 확대를 금지했습니다. 특정 개별 종목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 금지는 독일에서 전례가 없던 조치였습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이 조치에 대해 긍정 의견을 냈고, 그 문서에 "와이어카드와 관련된 현재 정황은 독일 시장 신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구성하는 부정적 사건 또는 전개" 라는 판단이 기록돼 있습니다. 시장조성, 지수 관련 거래, 전환사채·신주인수권 헤지는 예외였습니다.

같은 시기 BaFin은 이 회사를 취재하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들을 시장조작 혐의로 형사 고발했습니다.

2020년 6월 22일 회사는 재무제표상 약 19억 유로의 잔고가 실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고, 6월 25일 도산을 신청했습니다. 최고경영자 마르쿠스 브라운은 사임 후 체포됐고, 최고운영책임자 얀 마르살레크는 도주했습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조치의 내용과 시점, 그리고 이후 드러난 사실까지입니다. 감독청이 어떤 정보를 언제 알고 있었는지, 공매도 금지가 회사의 실태 파악을 얼마나 늦췄는지는 이후 조사와 청문 과정에서 다뤄졌으며 평가가 갈립니다. 이 글은 그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ESMA — Opinion on BaFin short selling ban · BaFin 공고 2019-02-18 · Columbia CLS Blue Sky — The Fall of Wirecard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습니다. 본문의 사건과 수치는 이미 확정된 과거 자료이며 전망·예측을 담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감독 정책에 대한 평가·권유를 담지 않습니다.

출처: 에드윈 르페브르,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1923) 7장·23장 · 시장 자료: ESMA, BaFin 공개 문서 (2019~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