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옳았고, 한 푼도 남지 않았다

팔 수는 있고 살 수는 없었다
2021년 1월 28일 아침, 미국의 주식 앱 로빈후드를 열었던 사람들은 몇몇 종목에서 매수 버튼이 사라진 것을 봤습니다. 게임스톱을 비롯한 다섯 종목이 「포지션 청산 전용」 상태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갖고 있던 것을 팔 수는 있는데, 새로 살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가 나중에 밝힌 사정은 이렇습니다. 그날 새벽 3시 30분, 대표는 청산소로부터 30억 달러를 예치하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식 거래는 체결과 결제 사이에 시간이 있고, 그 사이의 위험을 담보하려고 중개사는 청산소에 돈을 맡깁니다. 그 요구액이 하룻밤 사이 열 배로 뛴 것입니다. 회사는 "회사와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매수를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향을 맞힌 사람들이 그날 할 수 있는 일은 파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10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훨씬 노골적이었고, 그 장면을 안에서 겪은 사람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5만 달러를 쥐고 있었다
그 기록은 회고록의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에드윈 르페브르가 1923년에 쓴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고, 화자 래리 리빙스턴의 모델은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였습니다. 인용은 3장과 4장에서 가져왔습니다.
1901년 봄, 스물세 살도 되지 않은 화자는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해는 미국 증시의 대호황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월가는 하루 25만 주가 오간 날을 자랑거리로 삼았는데, 1901년에는 하루 300만 주가 오가는 날이 나왔습니다. 철강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시내로 들어왔고, 주식 매매에 세금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종목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고 하락 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다만 한 종목만은 팔지 않았습니다. 노던 퍼시픽이었습니다. 다른 것들은 사들일 만큼 사들여 멈춰 섰는데 그것만 더 오를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말렸지만 그는 1,000주를 그대로 들고 있었고, 110 근처에서 30포인트 이익을 챙겼습니다. 계좌 잔고가 5만 달러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그가 모은 가장 큰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5월 8일 장이 끝난 뒤, 그 종목의 지배권을 놓고 당대 최대의 두 자본 연합이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5월 9일 아침, 그는 현금 5만 달러를 쥐고 주식은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습니다. 끔찍한 폭락이 오고, 놀라운 헐값이 나오고, 곧 회복이 뒤따를 것이었습니다. 내려갈 때 팔고 바닥에서 사면 되는, 그가 몇 달을 기다린 자리였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내다본 대로 일어났다. 나는 완벽하게 옳았고, 그리고 한 푼도 남김없이 잃었다.
테이프가 100이라고 말할 때 80에 나갔다

그날 거래량은 엄청났고 등락 폭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그는 시장가로 매도 주문을 잔뜩 넣었습니다. 가격을 지정하지 않고 그 순간의 시세로 팔아 달라는 주문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의 시세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시세는 전신으로 종이테이프에 찍혀 나왔는데, 거래가 미친 듯이 몰리자 테이프가 시장을 한참 뒤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 주문을 체결할 무렵 주식은 20포인트가 더 무너져 있었다.
테이프가 100이라고 말할 때 그가 팔라고 한 주식은 80에 나갔습니다. 그러자 그 자리가 이번엔 자기가 사려고 계획했던 헐값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즉시 방향을 틀어 매수로 돌았는데, 중개인들이 실제로 산 가격은 그가 결정한 시점이 아니라 주문이 거래소 바닥에 닿은 시점의 가격이었습니다. 계산보다 평균 15포인트를 더 냈습니다.
하루에 35포인트. 그는 그날 아침 쥐고 있던 5만 달러를 전부 잃었습니다.
그가 남긴 진단은 자기 판단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티커가 시장보다 한참 뒤처지는 바람에 나는 졌다. 인쇄된 가격과 실제 가격의 괴리가 나를 망쳤다.
매수 쪽도 매도 쪽도 아닌 옳은 쪽
이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 3장에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한쪽 면밖에 없다. 그것은 매수 쪽도 매도 쪽도 아니고 옳은 쪽이다.
같은 장에 결투를 앞둔 사내의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사격 솜씨를 묻자 그는 스무 걸음 거리에서 포도주잔 다리를 쏘아 끊을 수 있다고 답합니다. 입회인이 되묻습니다. 그 포도주잔이 장전된 권총을 심장에 겨누고 있어도 끊을 수 있겠느냐고.
영구 호구

5월 9일 이후 그는 다시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밑천을 만들어 뉴욕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서 그 지역의 중개사들을 돌아봅니다.
거기서 그가 만난 것이 버킷숍이었습니다. 실제로 주식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시세가 오를지 내릴지에 돈을 거는 가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들어간 곳들은 한 단계 더 위장한 부류였습니다. 정식 중개인 행세를 하면서 손님 주문을 자기들이 삼키는 곳이었죠. 신문 광고에는 자기들 내부 정보를 따른 손님이 얼마나 벌었는지가 실렸습니다.
그가 지배인과 마주 앉았을 때, 자기가 오래된 트레이더이고 뉴욕에서 다 잃고 왔다고 말하자 상대의 태도가 바뀝니다. 1분에 백만 달러를 벌어 주겠다는 약속이 그쳤습니다.
그는 나를 영구 호구로 계산한 것이다. 늘 매매하고 늘 잃는 티커 중독자 부류, 주문을 삼키는 쪽이든 수수료로 만족하는 쪽이든 중개인에게 꾸준한 수입을 대 주는 사람 말이다.
돈을 다 잃고 왔다는 사실이 그를 좋은 손님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기는 손님은 가게의 손실이고, 지는 손님은 가게의 수입입니다. 그러니 가게가 원하는 손님은 잃는 쪽이고, 잃어 본 이력은 그 자격을 증명합니다.
어차피 잃을 돈이면
같은 장에 이 계산을 끝까지 밀어붙인 문장이 나옵니다.
이 회사들은 어떤 종목을 사라는 전보를 수백 통 보내면서, 같은 날 다른 손님들에게는 같은 종목을 팔라는 전보를 수백 통 보냈습니다. 그러면 어느 쪽이 맞든 절반은 이깁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들은 이긴 쪽까지 청산시키고 다른 종목으로 옮기게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대주주가 답합니다.
손님들은 무엇을 사든, 어떻게 어디서 언제 사든 어차피 돈을 잃게 되어 있다. 손님이 돈을 잃으면 나는 손님을 잃는다. 그러니 가질 수 있는 만큼 가져가고 새 작황을 찾는 편이 낫다.
손님을 수확물로 세는 말입니다. 화자는 이 회사들의 사업 윤리에는 관심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가 원한 것은 밑천이었고, 그래서 다섯 곳에 계좌를 열고 작은 사무실에 직통 전신선을 놓았습니다.
그 시절 그가 만난 사람 중에 뉴헤이븐의 한 지배인이 있습니다. 배우나 연단 연설가였을 법한 사내였는데, 그가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하면 마치 10년간 현미경으로 찾아 헤맨 끝에 아침의 좋음을 발견해 그것을 하늘과 태양과 회사 금고까지 얹어 선물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이틀 뒤 그는 팔짱을 낀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창문 꼭대기를 응시하다가, 마침내 이렇게 말합니다. 그 노리개를 치우시오.
그래서 판은 무엇을 하나
손님이 이기기 시작하면 판을 만든 쪽은 판을 바꿉니다. 100년 전 가게들은 증거금을 올리고, 웃돈을 얹고, 거래를 아예 거절하고, 그래도 안 되면 시세를 한 번 흔들어 얇은 증거금을 쓸어 냈습니다. 화자가 겪은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월의 그 하루를 여기에 그대로 겹치면 사실을 넘어섭니다. 버킷숍은 손님의 돈을 가져오려고 판을 흔들었고, 로빈후드가 든 이유는 청산소 예치금이었습니다. 앞의 것은 설계된 수탈이고 뒤의 것은 제도의 압력입니다. 같은 문장으로 묶을 수 없습니다.
같은 것은 의도가 아니라 위치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날 방향을 맞힌 사람은 그 판단을 실행할 자리를 얻지 못했습니다. 5월 9일의 화자는 팔 값을 고를 수 없었고, 1월 28일의 사람들은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3장의 그 문장은 생각보다 무겁게 읽힙니다. 매수 쪽도 매도 쪽도 아닌 옳은 쪽이 있다면, 그 옳음의 값은 판이 매깁니다. 판이 값을 매기지 않기로 하면 옳음은 계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날 판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판이 그대로일 때에도 사람들의 결과는 갈립니다.
이 편이 다룬 사건 — 로빈후드 매수 제한
2021년 1월 28일, 미국의 증권 중개 앱 로빈후드(Robinhood)는 게임스톱(GameStop·GME)·AMC·블랙베리·베드배스앤드비욘드·노키아 등 여러 종목을 「포지션 청산 전용(position closing only)」 상태로 전환했습니다. 보유분 매도는 가능했지만 신규 매수는 막혔습니다.
회사는 이틀 뒤 그 이유가 청산소 예치금 요구가 열 배로 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주식 거래는 체결과 결제 사이에 시차가 있고, 그 사이의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중개사는 청산소에 증거금을 예치합니다. 대표 블라디미르 테네브는 1월 28일 새벽 3시 30분에 약 30억 달러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으며 이는 평소의 자릿수를 넘는 규모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가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도 같은 취지가 담겼습니다.
이 조치는 이후 집단소송과 의회 청문회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에서 확인된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까지입니다. 당시 매수 제한이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개별 이용자들이 그날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공개된 기록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 CNBC 2021-01-28 · CNBC 2021-01-30 (예치금 10배) · 로빈후드가 상원에 제출한 답변서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습니다. 본문의 사건과 수치는 이미 확정된 과거 자료이며 전망·예측을 담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중개사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에드윈 르페브르,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1923) 3장·4장 · 시장 자료: CNBC, 미국 상원 제출 문서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