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아무도 그날을 맞히지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낡은 탁상 전화기의 수화기를 차분히 집어 드는 노인의 손과, 그 뒤로 가파르게 무너져 내리는 커다란 곡선
당신의 판단을 무효로 만드는 데 다른 트레이더 단 한 명이면 충분하다.

콩 200만 부셸

시카고의 한 증권사. 반쯤 은퇴한 이사회 의장이 수화기를 들어 대두 피트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콩 200만 부셸 시장가에 팔아."

주문을 낸 지 30초도 안 되어 대두 가격은 부셸당 10센트 떨어졌습니다.

옆자리에는 그 회사가 얼마 전 영입한 기술적 분석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몇 분 전 그가 한 말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날 대두 시장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분석가는 찰리 드러먼드가 만든 포인트 앤드 라인이라는 방법으로 지지선과 저항선을 계산해뒀고, 시장은 그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단호하게, 거의 절대적인 표현으로 설명했습니다. 지지까지 내려가면 거기서 멈추고 반전한다고. 그 자리가 그날의 저점이 된다고.

시장이 천천히 흘러내려 그 가격에 닿았습니다.

의장이 물었습니다. "여기가 시장이 멈추고 올라가야 할 자리라고 했지?"

"물론입니다. 여기가 오늘 저점입니다."

"헛소리." 의장이 받아쳤습니다. "이거 봐."

10센트가 빠진 뒤, 의장은 겁에 질린 분석가를 돌아보며 차분히 물었습니다.

"자, 시장이 어디서 멈춘다고 했지? 내가 이걸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의장은 시카고상품거래소 곡물 피트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노장이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은 잘 몰랐습니다. 피트에서 돈 버는 데 필요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화면 매매로 옮겨가는 게 어려워서, 새로 온 스타 분석가에게 옆에 앉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참이었습니다.

분석가의 계산이 틀렸던 게 아닙니다. 그 계산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을 뿐입니다.

마크 더글러스가 2000년에 낸 《Trading in the Zone》 6장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앞으로 나올 인용도 전부 그 6장에서 가져왔습니다.

분석가의 지지선 설명부터 노장 의장의 전화 한 통, 200만 부셸 시장가 매도, 30초 뒤 10센트 하락까지의 4단계 도해
30초 동안 일어난 일이다.

46년 만의 기록

2026년 7월 31일, 코스피는 하루에 1,001.89포인트, 17.91% 올랐습니다. 1980년 지수를 산출한 이래 46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자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직전 기록은 2008년 10월 30일의 11.95%. 삼성전자가 26% 올랐고, SK하이닉스는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이 하루를 전날 미리 알려준 사람이나 모델이 있었을까요.

여기서 대부분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더 나은 모델을 찾아야겠네. 어떤 지표를, 어떤 리서치를, 어떤 사람을 봤어야 그날을 알 수 있었을까.

6장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방향을 반대로 틉니다. 그날을 몰랐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고, 그것이 매매에서 저지를 수 있는 사실상 모든 실수의 뿌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를 정말로 믿는다는 것

보통의 트레이더가 어떤 자리에서 느끼는 리스크는 가장 최근 두세 거래의 결과를 따라갑니다. 직전에 잃고 왔으면 같은 신호가 위험해 보이고, 이기고 왔으면 같은 신호가 만만해 보입니다. 화면은 그대로인데 크기만 달라집니다.

꾸준히 버는 쪽은 여기서 갈립니다. 마지막 거래에도, 최근 여러 거래의 결과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타고난 기질 때문이 아니라고 못을 박습니다. 18년간 함께 일한 트레이더 전원이 그 상태를 훈련으로 만들어야 했다는 겁니다.

훈련의 재료가 문장 하나입니다.

최고의 트레이더들은 한 조각의 의심이나 내적 갈등도 없이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지점까지 진화했다.

말로 동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믿음이 너무 강해서, 지금 이 순간을 최근 거래의 결과와 이어붙이지 못하게 마음을 막아준다는 겁니다. 이어붙일 근거 자체가 사라지니까요.

문제는 이게 위안 삼아 되뇌는 주문이 되면 아무 힘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가격은 결국 누군가의 믿음이다

시장을 부품 단위로 뜯어보면 단순합니다. 어떤 시장이든 가장 근본적인 부품은 트레이더입니다. 사람이 가격을 올려 부르거나 내려 내놓음으로써 가격이 움직입니다.

그럼 왜 올려 부르는가. 지금 사는 것을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내려 내놓는 쪽도 같습니다. 나중에 더 싸게 되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정리됩니다.

모든 가격 움직임은, 개별 트레이더가 무엇이 비싸고 무엇이 싸다고 믿는가의 함수다.

가격을 움직이는 힘도 단순합니다. 싸다고 믿는 사람과 비싸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아직 판단을 미룬 채 지켜보는 사람. 앞의 둘이 균형을 이루면 가격은 멈추고, 기울면 확신이 더 강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싸다고 믿는 사람·비싸다고 믿는 사람·지켜보는 사람 세 가지 힘을 정리한 카드 세 장
가격은 결국 누군가의 믿음이 행동으로 옮겨진 결과다.

여기서 던지는 질문이 이 장의 축입니다.

거래소가 정한 가격 제한 말고, 어느 때든 사실상 무엇이든 일어나는 것을 막을 것이 무엇인가?

없습니다.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그 시장에 들어와 있는 누군가가 가진 가장 극단적인 믿음까지입니다. 그 사람이 자기 믿음대로 주문을 낼 생각만 있다면요.

개인의 자리로 옮기면 이렇게 번역됩니다.

무엇이 비싸고 무엇이 싼가에 대한 당신의 믿음을 무효로 만드는 데 다른 트레이더 단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게 전부다. 단 한 명.

콩 200만 부셸이 그 한 명이었습니다.


떼 한가운데의 새

마음과 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존(zone). 그 안에 있으면 시장에 들어와 있는 모두의 집단 의식과 자기 사이에 경계가 없는 것처럼 시장이 무엇을 하려는지 감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들린다면 새떼나 물고기떼가 어떻게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지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 분명 있을 거라고요.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연결된 이들의 정보가 우리 의식으로 스며들어오는 때가 있을 겁니다. 존을 겪어본 사람은 떼 한가운데의 새가 나머지 전부가 도는 바로 그 순간에 도는 것처럼 방향이 바뀌는 것을 미리 감지한다고 말합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대두로 돌아오면, 그 자리에서 분석가가 알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집니다. 옆에 앉은 사람이 200만 부셸을 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런 것은 늘 있습니다. 지금 관망하는 사람이 몇인지, 그중 몇이 사려 하고 몇이 팔려 하는지, 수량은 얼마인지.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 중 몇이 지금 마음을 바꾸는 중인지. 정리한다면 얼마나 밖에 있다가, 다시 들어올 때 어느 방향에 표를 던질지.

이것들이 모든 시장에서 언제나 작동하고 있는, 끝없고 알 수 없고 숨겨진 변수들이다. 언제나.

짙은 안개 속 서로 다른 거리에 서 있는 수십 개의 사람 실루엣, 가장 가까운 둘만 알아볼 수 있다
최고의 트레이더는 이 변수들이 없는 척하지 않고 계산에 넣는다.

여기서 두 부류가 갈립니다. 꾸준히 버는 쪽은 이 변수가 없는 척하지 않고 계산에 넣습니다. 분석으로 설명해 없애려 들지도 않습니다. 반대쪽은 자기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매매합니다.

그 관점이 무엇을 낳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싼 실수는 이렇습니다. 리스크를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손실이 나도 자르지 않는다. 이익은 나올 때 그때그때 판단한다.

왜 안 하는가.

필요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 없다고 믿는 유일한 이유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안다면 리스크를 미리 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손절을 걸 필요도 없고, 나올 자리를 정해둘 까닭도 없습니다. 논리는 완벽합니다. 전제만 틀렸습니다.

“안다고 믿는다”에서 출발해 리스크 미정의·손절 안 함·이익 미실현으로 이어지는 인과 사슬 도해
논리는 완벽하다. 전제만 틀렸다.

'안다'고 믿는 것이, 그가 저지를 수 있는 사실상 모든 매매 실수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문제는 못 맞힌 것이 아니다

7월 31일을 미리 알려준 모델은 없었습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없는 것이 정상이고, 없다는 사실은 아무 손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손해를 끼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쪽입니다. 알 수 있다고 믿으면 리스크를 정하지 않고, 손절을 걸지 않고, 이익 실현 계획도 세우지 않습니다. 그러다 계산에 없던 한 명이 나타나는 날,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그 하루를 맞습니다.

그날 외국인은 7조 2,196억을 순매수했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이 중 SK하이닉스에 3조 6,086억, 삼성전자에 2조 1,168억이 들어갔고 나머지는 다른 종목으로 흩어졌습니다. 전날까지의 어떤 차트에도 그 7조는 없었습니다.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요. 이 책의 틀로 보면, 콩 200만 부셸이 규모만 바뀌어 되풀이된 하루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장의 결론은 분석이 쓸모없다는 쪽이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분석은 하되, 모르는 것이 언제나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규칙에 반영해두라는 겁니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손절이 필요해집니다. 얼마를 걸지도 미리 정해야 하고, 나올 자리도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본 실수 목록의 정확히 반대편입니다.

그런데 곤란한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 모르는 채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걸까요. 답은 확률이라는 낡은 단어 안에 들어 있는데, 우리가 아는 뜻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습니다. 본문의 시장 수치는 2026년 7월에 확정된 과거 자료이며 전망·예측을 담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마크 더글러스, 《Trading in the Zone》 6장 · 시장 자료: MBC·머니투데이 (2026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