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O 서재책 한 권을, 끝까지 함께 읽습니다

역대 최대로 오른 날, 개인은 역대 최대로 팔았다

화면 위쪽을 가로지르며 가파르게 치솟는 곡선과, 그 아래에서 등을 돌린 채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행렬
역대 최대로 오른 날, 개인은 역대 최대로 팔았다.

7월 31일 아침

2026년 7월 31일, 코스피가 하루에 17.91% 올랐습니다. 1980년 지수를 만든 이후 46년 만의 최대 상승률입니다. 그리고 같은 날 개인 투자자는 8조 2,543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이것도 역대 최대입니다. 그 물량을 받아간 쪽은 외국인이었고, 7조 2,196억 순매수 역시 역대 최대였습니다.

2026년 7월 31일 투자 주체별 순매수 — 외국인 +7조 2,196억, 기관 +1조 1,782억, 개인 −8조 2,543억
이 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해준다. 왜 그랬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 문장을 보는 반응은 대개 둘로 갈립니다. "역시 개미는 꼭지에서 팔더라" 하고 웃거나, 아무 말 없이 창을 닫거나. 후자셨다면 그날 비슷한 걸 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은 그 사람들을 비웃지 않습니다. 오히려 20년 전에 쓰인 책 한 권이 그날 손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미리 적어뒀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마크 더글러스의 《Trading in the Zone》 3장 「책임진다는 것」이고, 앞으로 나올 인용도 전부 그 3장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그 설명을 읽으려면 하루만 떼어놓고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앞의 일곱 달이 먼저입니다.


그 전에 반년이 있었다

2025년 말 4,214.17이던 코스피는 6월 30일 8,476.48로 마감했습니다. 반년 만에 101.14%입니다. 그 반년 동안 처음 계좌를 연 사람이 아주 많았고, 그들 중 상당수는 첫 거래에서 이겼습니다.

3장은 거기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경력의 어느 시점보다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사고방식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 거래가 이기면 두 번째에는 두려움 없이 들어갑니다. 그것도 이기면 세 번째는 더 편안합니다. 두려움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고, 망설임이 없으니 주문이 제때 나갑니다. 시장이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소리쳐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최고의 트레이더들이 도달하려는 마음 상태가 딱 그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몇 번의 승리가 성공에 필수적인 그 근심 없는 마음 상태로 당신을 데려갈 수 있는데, 그것이 적절한 태도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손에 쥔 것은 트레이딩의 본질에 대한 극심한 오해의 처방전이다.

태도와 느낌은 다릅니다. 이겨서 생긴 자신감은 태도가 아니라, 아직 아플 만큼 맞아보지 않았다는 뜻일 뿐입니다. 이기는 거래 하나를 하는 데는 조금의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고까지 씁니다.

지수가 반년에 두 배가 되는 시장에서는 이 말이 아프게 정확합니다. 그런 시장에서 계좌가 불어나는 것은 실력의 증거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시장에 있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둘을 구분할 방법이 오르는 동안에는 없습니다. 구분은 언제나 사후에,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이뤄집니다.

코스피 4,214 → 8,476 → 5,590선 → 6,595 로 이어지는 2026년 7개월 꺾은선 그래프
이 곡선 위 어디쯤에서 첫 승리를 겪었느냐가, 그 사람의 다음 10년을 갈랐다.

처음 맞은 날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에 10.84% 빠졌고, 다음 날 또 5.98% 빠졌습니다. 8,476에서 출발한 지수는 한때 5,590선까지 내려갔습니다. 7월 30일까지만 놓고 보면 월간 −34%, 역대 최악의 월간 하락률이었습니다.

진짜 갈림길은 여기입니다. 손실 자체가 아니라 손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음 10년을 정합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해석은 이렇습니다. 시장이 나한테 이런 짓을 했다.

이 반응을 비웃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그것이 그토록 자연스러운지를 설명하는 데 3장의 상당 부분을 씁니다.

살면서, 특히 어릴 때, 정말 즐기던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더 큰 힘을 가진 누군가가 그것을 그만두게 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장난감을 빼앗겼고, 놀이가 중단됐고,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던 것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우리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렇게 하나의 회로가 만들어집니다. 기분 좋은 상태는 내 잘못이 아닌 이유로 순식간에 나쁜 상태로 바뀔 수 있고, 원인은 바깥에 있다는 회로입니다. 성인이 되어 계좌를 열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켜지는 걸 알아채지 못합니다. 기쁨에서 고통으로의 순간적 전환, 어릴 때 수없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이니까요.

시장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아 피해를 입으면 구제 수단이 있습니다. 시장에는 없습니다. 내가 시장에서 돈을 빼내려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로 시장도 나에게서 돈을 빼내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당신은 다른 트레이더의 기대와 희망과 꿈을 채워줄 책임을 느끼는가.

그 회로는 시장이 깔아준 게 아닙니다.


네다섯 틱 중 하나

탓하는 데서 그치면 그나마 낫습니다. 문제는 탓하는 동안 포지션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

7월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그러니까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은 32조 9,950억이었습니다. 지수가 이틀 만에 16% 넘게 빠진 직후였는데도 4~6월 일평균 35조 9,418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빌린 돈으로 산 포지션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한편 반대매매 — 담보가 부족해진 계좌를 증권사가 강제로 파는 것 — 은 반년 사이 596% 늘었고, 7월 9일 하루에만 1,422억 원어치가 강제 청산됐습니다. 전날의 약 다섯 배였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설명이 하나 있습니다. 손실 포지션에 있는 사람은 시장이 계속 반대로 가는데도 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네다섯 틱 중 하나만 내 방향으로 와도 그 하나에 온 신경을 쏟기 때문입니다. 그 틱이 나올 때마다 이제 돌아오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다 손실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 그제야 정리합니다.

그런 거래를 나중에 돌아볼 때 예외 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왜 그냥 손절하고 반대로 돌지 않았을까.

걸린 것이 없어지고 나면 그 기회는 쉽게 보입니다.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안 보입니다. 그때 그 정보는 고통스러운 것으로 분류돼 있어서 인식 단계에서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것에 손이 닿으면 생각하기 전에 손이 물러나듯, 마음은 감정적 고통도 같은 방식으로 피합니다.


그래서 더 배웠다

첫 손실을 겪은 사람은 대개 그만두지 않습니다. 대신 결심합니다. 이번엔 더 똑똑하게 하겠다. 아무것도 모르고도 이겼는데 알고 나면 싹쓸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완벽히 논리적입니다.

그래서 공부가 시작됩니다. 추세선, 지지와 저항, 캔들스틱, 엘리엇 파동, 피보나치 되돌림, 오실레이터, 스토캐스틱. 2026년이라면 여기에 백테스트 툴과 AI 리서치 요약과 텔레그램 리딩방이 붙겠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는 것은 늘었는데 주문이 안 나갑니다. 망설이고, 자신을 의심하고, 명확한 신호가 여러 개 있는데도 진입하지 않습니다.

더 배울수록 더 무력해지고, 더 무력해질수록 더 배워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가장 큰 집단은 누구인가

3장은 트레이더를 결과 기준으로 셋으로 나눕니다. 자산 곡선이 꾸준히 오르고 고점 대비 하락폭이 작은 꾸준한 승자가 10%가 안 됩니다. 그 곡선을 거울에 비춘 모양인 꾸준한 패자가 30~40%. 나머지 40~50%가 오르다 급락하고 다시 오르다 또 급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저자는 이들을 붐앤버스터라고 부릅니다.

가장 큰 집단은 못 버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버는 법은 배웠는데 지키는 법을 못 배운 사람들입니다.

꾸준한 승자 10% 미만, 꾸준한 패자 30~40%, 붐앤버스터 40~50% 를 비교한 가로 막대그래프
롤러코스터를 타는 집단이 가장 크다.

책에는 어느 증권사 선물 브로커가 자기 고객들을 두고 했다는 말이 하나 인용돼 있습니다.

"모든 상품 트레이더는 말기 환자다. 내 일은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농담조로 한 말인데, 뒤에 붙는 문장이 더 서늘합니다. 버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덜 알려진 쪽은, 이기고 있어도 여전히 말기 환자일 수 있다는 겁니다.

롤러코스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도취감입니다. 정의가 정확합니다. 무언가 잘못될 가능성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최고조의 확신. 아무것도 잘못될 수 없다면 규칙도 경계도 필요 없어지고, 그래서 평소보다 큰 포지션이 매력적일 뿐 아니라 거부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상태에서 반대 방향으로 한 틱이 움직이면 몸이 굳습니다. 마인드 프리즈라고 부릅니다. 빠져나온 뒤에는 멍하고 배신당한 기분이 드는데, 배신한 것은 자기 감정이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책상 앞에서 완전히 굳어버린 사람과, 그 주위 공기에 유리처럼 번져 있는 미세한 균열
도취감의 정의는 이렇다 — 무언가 잘못될 가능성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확신.

다시 7월 31일

그날 개인은 8조 2,543억을 팔았고 지수는 17.91% 올랐습니다.

멍청했느냐고 물으면, 답은 아니라는 쪽입니다. 다만 그 답을 숫자가 준 건 아닙니다. 8조라는 수치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만 말하고, 그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왜 팔았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책의 틀을 빌린 해석입니다.

그중 일부에게는 이런 일이 있었을 겁니다. 한 달 내내 맞아온 몸은 그렇게 반응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은 정보를 차단하고, 차단된 정보 안에는 기회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날 아침 반등을 알려주는 신호가 화면에 없었던 게 아니라, 그것을 볼 수 있는 마음 상태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날 반등에는 확인 가능한 재료가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실적이 기대를 넘었고,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설비투자 전망을 낮추기는커녕 올렸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반도체 고점 우려가 완화됐습니다. 강제청산 우려도 해소됐습니다. 사후에 보면 명확합니다. 걸린 것이 없어진 뒤에는 언제나 명확합니다.

그래서 이 해석은 위로가 아니라 경고에 가깝습니다.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니까요.

시장은 당신의 마음 상태를 만들지 않는다. 시장은 그저 당신 안에 있는 것을 되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첫걸음으로 제시되는 것은 놀랍도록 소박합니다. 지표를 하나 더 배우는 것도,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이 나에게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 그것 하나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전부 스스로 하겠다고 결심하면 시장은 더 이상 상대일 수 없다고 씁니다.

커다란 거울 앞에 선 사람과, 거울 속에 차트 대신 비친 자기 자신의 더 짙은 모습
첫걸음은 지표를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아니다.

확인해볼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 가장 아팠던 거래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문장의 주어가 무엇인지 봅니다. 시장이 주어라면 아직 바깥을 보고 있는 겁니다. 내가 주어여야 다음에 바꿀 것이 생깁니다. 3장을 덮으며 던지는 질문도 같은 자리를 겨눕니다.

실수나 무모함의 결과였던 손실 거래를 전부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의 계좌는 얼마입니까?

그날 팔지 않고 끝까지 버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에 쓰였습니다. 본문의 모든 시장 수치는 2026년 1~7월에 이미 확정된 과거 자료이며, 향후 전망이나 예측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마크 더글러스, 《Trading in the Zone》 3장 「Taking Responsibility」 시장 자료: 한국거래소 집계 보도 (머니투데이·MBC·파이낸셜뉴스·한국일보·서울경제·헤럴드경제, 2026년 7월)